야당·시민단체 “무상급식 정치적 이용” 비판
오세훈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시행 여부를 주민투표로 결정하자고 제안한 데 대해 각계의 비판 여론이 쏟아지고 있다.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무상급식이라는 교육 문제를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이용하고, 지난해 6·2 지방선거 결과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장환진 서울시의회 민주당 정책부대표는 11일 성명을 내어 “무상급식은 서울시민이 6·2 지방선거에서 이미 찬성표를 던진 사안인데, 이를 다시 묻겠다는 것은 민심을 부정하는 몰염치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 관련 조례가 발효되고 그에 따른 예산도 반영된 상황에서, 시민 대표기관인 시의회의 권한을 무시하는 초법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무상급식 정책이 주민투표에 부칠 사안인지를 두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주민투표는 주민들의 삶에 장기적이고 결정적 영향을 끼치는 사안에 대해, 주민들의 반대가 극렬해 정상적으로 정책을 추진할 수 없거나 심각한 사회갈등을 유발할 경우 선택하는 최후의 수단이라는 근거에서다. 주민투표는 2004년 7월 제도 도입 이후 2005년 제주도 행정구조 개편 등 세 차례 치러졌을 뿐이다.
이 때문에 오 시장이 시민들이 선택한 ‘야당 다수의 시의회 구성’이라는 정치적 환경을 무시하고 주민투표라는 ‘카드’를 꺼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키우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친환경무상급식 풀뿌리국민연대는 “서울시는 한강르네상스 등 무려 1조원이 넘는 온갖 대규모 사업을 추진하면서도 주민투표는커녕 주민 의사도 제대로 묻지 않았다”며 “대다수 주민들의 지지가 확인된 정책을 두고 막대한 행정력과 혈세를 낭비하는 주민투표를 하자는 것은 비상식적 행동이자, 시정 파행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진보신당도 이날 성명을 내어 “지금 민주적 절차를 통해 검증할 것은 시의회 결정을 무시하고 보편적 복지의 기본도 거부하는 오세훈 시장”이라며 “주민투표를 하려면 차라리 서울시장 재신임투표를 하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오는 17일 무상급식 시행 여부를 주민투표로 정하자는 주민투표 동의 요구서를 서울시의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시장이 이를 제출하면 시의회는 의결 절차를 밟아야 한다. 과반수 출석에 과반수 동의를 얻어야 주민투표가 가능하다.
한편 무상급식에 반대하는 ‘공교육살리기 학부모연합’ 등 일부 시민단체는 주민투표 청구안이 시의회에서 부결될 경우 직접 시민 청구 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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