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장례 미루고 재수사 요구
노동 강도 묘사한 공책 발견
“12시간 근무 기본…나 죽었다”
노동 강도 묘사한 공책 발견
“12시간 근무 기본…나 죽었다”
지난 11일 충남 아산 삼성전자 탕정사업장 기숙사에서 투신해 숨진 김아무개(25)씨(<한겨레> 1월13일치 10면)의 유품과 병원 진료기록에서 업무상 스트레스가 상당했음을 드러내는 정황이 발견됐다. 김씨의 유족들은 열악한 근무 환경이 부른 사건이라며 장례 절차를 연기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13일 <한겨레>가 입수한 김씨의 유품을 보면, 공책에 “12시간 근무=기본” “1년은 나 죽었다”는 문장이 발견된다(사진). 또 김씨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 사이 인천의 ㄱ신경정신과 의원에서 6차례 진료·상담을 받은 기록에는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고 싶다” “모든 걸 놔버리고 싶다”는 말을 담당 의사와 나눈 것으로 돼 있다. 김씨의 누나(29)는 “동생이 하루에 12시간 근무는 물론 15시간씩 일할 때도 있다고 했다. 그런데 회사에선 ‘3교대 주5일 근무라 문제없다’고 하니 어떡하면 좋으냐”며 울먹였다.
회사 쪽에서 유족들에게 수천만원의 ‘합의금’을 제시하며 서둘러 장례를 치를 것을 종용한 사실도 드러났다. 김씨의 유족은 “인사 담당이라는 사람이 나에게 아들의 1년치 연봉인 2760만원과 1년치 보너스, 위로금 등을 제시했다”며 “자신들과 얘기한 금전적 문제를 외부에 말하면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말까지 했다”고 털어놨다. 삼성의 몇몇 직원은 빈소가 마련된 아산 ㅅ병원 근처에서 24시간 숙박을 하며 유족과 언론의 동향을 파악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의 유족들은 △2차례나 자살을 시도한 아들을 기숙사 방에 홀로 둬 결국 죽음에 이르게 했고 △하루 10~15시간씩 과도한 노동에 치여 스트레스와 우울증에 시달렸는데도 적절한 조처를 취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회사 쪽에 ‘자살 방조’ 책임을 묻고, 경찰에도 전면 재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14일 오전 열 계획이다. 13일 예정됐던 김씨의 영결식은 유족의 뜻에 따라 ‘무기한 연기’됐다.
삼성전자 쪽은 “장례 절차 등을 원만히 처리하고 유족을 위로하는 게 우선”이라며 “김씨의 근무 여건과 시간 등에 대해서는 정확히 확인해보겠다”고 밝혔다.
대전/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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