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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지원비 20만원까지 아껴 남긴 고 박순덕 할머니의 ‘장학금 선물’

등록 2011-01-19 20:33수정 2011-01-20 11:02

강원도 화천군 이호영 화천읍장은 지난 18일 오전 11시께 화천군청을 찾았다. 두 시간 전 주민 석아무개(64)씨에게서 전해받은 돈 봉투를 화천군장학회에 전달하기 위해서다. 봉투 안에는 지난해 말 여든여덟 나이로 세상을 등진 박순덕(사진) 할머니의 전 재산이 담겨 있었다.

1922년 화천읍에서 태어난 박 할머니는 한평생 그곳 중리마을을 벗어나지 않았다. 25년 전 남편과 사별한 뒤에도 남의 땅뙈기를 얻어 텃밭을 일구고, 품앗이 일을 나가거나 산나물을 뜯어가며 홀로 생계를 꾸렸다. 하지만 점차 농사일이 힘에 부치기 시작하면서, 2000년부터 기초생활수급대상자로 정부의 생계지원비 20여만원에 기대 살아왔다. 이 읍장은 “노환으로 2년여 전부터 거동조차 어려웠지만, 최근까지도 군청에서 주관하는 노인 일자리 사업에 간간이 나오시던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27일 우연히 들른 이웃 주민 석씨에게 박 할머니는 뜻밖의 말을 했다. “내가 죽거든 세간을 정리해 장례를 치르고, 남는 돈이 있거든 모두 화천군에 갖다 줘 어려운 학생들 학비에 보태게 해달라.” 박 할머니는 이틀 뒤 조용히 숨을 거뒀고, 석씨에게 남긴 말은 고스란히 유언이 됐다.

주검을 화장해 모시고 삼우제까지 치른 뒤 박 할머니 집을 다시 찾은 석씨는 방 한편에 가지런히 정리해 놓은 유품 보따리를 발견했다. 석돈짜리 금반지 1개와 생계지원비 등을 아껴 모아둔 통장이 그 안에서 나왔다. 석씨는 ‘돌아가신 분이 내시는 장학금’이라는 설명과 함께, 금반지를 팔고 통장 잔액을 인출해 마련한 현금 520만원을 이날 오전 읍사무소에 전달했다.

춘천/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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