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몰대상 가축 증가 추이
백신 지역 감염가축만 대상…파주, 조류AI 발생
발생 50일을 넘긴 구제역이 갈수록 더 기승을 부려 최근엔 매몰 가축이 날마다 90여 농가에서 10만마리가량씩 불어나고 있다. 정부는 매몰 가축 수를 줄이는 쪽으로 정책을 틀었으나, 대신 구제역 상시 발생국으로 전락할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
구제역 확산에 따른 매몰대상 가축은 지난 13일 149만여마리에서 8일 뒤인 20일 228만여마리로 80만마리가량 늘어났다고 농림수산식품부가 20일 밝혔다. 하루에 가축이 약 10만마리씩 땅에 묻히고 있는 셈이다. 매몰 가축 수는 지난해 11월29일 구제역 공식 발생 직후엔 하루 수천마리 수준이었다. 12월 중순 이후엔 하루 1만마리대로 늘더니 올해 들어 하루 5만마리 이상으로, 최근에는 하루 10만마리가량으로 가파르게 치솟고 있는 것이다. 가축을 매몰하는 농장도 날마다 90곳가량씩 추가되면서, 지난 13일 3692곳에서 20일 4405곳으로 713곳이나 늘어났다.
국내에서 충남 홍성 다음으로 가축 사육이 많은 경기 이천을 비롯해 여주·안성·용인 등의 농가들이 초토화되고 있다. 이천지역에서 사육하던 소·돼지 34만마리 가운데 28만마리가 이미 매몰됐으며, 20일 하루에만 14개 농가에서 구제역이 새로 발생했다.
대규모 매몰처분에 따른 여론 악화와 환경오염 및 예산 부담 등의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는 이날 예방약(백신) 접종 지역에서 구제역이 발생하면 감염된 가축만 매몰처분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지금까지는 백신 접종 지역에서는 해당 농장의 가축을 모두 매몰하고, 비발생지역에서는 반경 500m 안 가축을 매몰한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었다. 이상길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예방 접종 14일이 지나 항체가 형성된 농장에 대해서는 매몰처분 범위를 지금보다 줄이는 쪽으로 매뉴얼을 조정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25일부터 백신 접종을 시작한 소의 경우 이 방침을 곧바로 적용하며, 나중에 백신 접종에 들어간 돼지는 이달 말께부터 축소된 매몰처분 범위가 적용될 예정이다.
매몰처분 범위 축소 방침은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조기에 회복하겠다는 지금까지의 방침에서 크게 후퇴한 것으로서, 사실상 ‘구제역 상재국(상시 발생국)’ 지위를 감수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현규 도드람양돈농협 기술고문은 “백신 접종에 따른 매몰처분 정책의 변화로 매몰 가축은 급격히 줄고 축산 기반은 어느 정도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구제역 상재화에 따른 생산성 하락이 불가피해 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칡소 등의 초우량 가축을 사육하는 강원 횡성군 둔내면의 축산기술연구센터의 한우도 구제역에 감염됐다. ‘매몰처분 가축 최소화’ 방침에 따라 이 센터의 매몰 가축은 10마리 안팎으로 한정할 전망이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도 더욱 ‘북상’했다. 경기 안성·이천에 이어 이날 경기 북부지역인 파주시 광탄면 산란계 농장에서 고병원성 감염이 확인돼, 이 농장과 주변 농장의 닭 3만5000여마리를 살처분하기로 했다. 김현대 선임기자, 박경만 정인환 기자 koala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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