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동 금정굴에서 발굴된 뒤, 서울시 종로구 서울대병원 창고에 16년째 ‘임시 보관’ 중인 민간인 153명의 유해가 고향으로 돌아올 장소를 구하지 못해 유족들이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16년 보관해온 서울대병원 올해안 이전 요구
고양시, 기념관 안치 추진…법률문제 등 험난
고양시, 기념관 안치 추진…법률문제 등 험난
6·25 전쟁 때 무고하게 학살된 뒤 1995년 발굴된 경기 고양시 금정굴의 민간인 153명의 유해가 고향으로 돌아올 장소를 구하지 못해 유족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26일 오전, 16년째 유해를 ‘임시 보관’ 중인 서울대병원 창고로 설 성묘를 다녀온 마임순(64) 금정굴유족회장은 “국가 차원에서 진실이 밝혀진 만큼 양지바른 곳에 유해를 안치하고 떳떳하게 성묘라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며 “서울대병원이 재건축을 한다고 올해 안에 유해를 옮길 것을 요구해 안치시설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고양시는 지난해 10월 유족회, 시민단체 등과 ‘금정굴 유해 안치와 평화공원 설립’을 위한 소위원회를 만들어 금정굴 주변에 기념관 건립과 유골함 안치를 추진해왔다. 하지만 금정굴이 위치한 일산서구 탄현동 근린공원에 유해 안치시설을 만드는 것은 법에 저촉되는 등 걸림돌이 많아 진통을 겪고 있다. 현행 ‘도시공원법’은 근린공원에 묘지시설을 허용하지 않는다. 또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을 보면, 묘지시설은 도로에서 300m 이상 떨어진 곳에 설치해야 하는데, 도로에서 100m 떨어진 금정굴에는 묘지시설을 설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묘지의 봉분을 만들지 않고 위화감을 주지 않는 형태로 유해 안치시설을 설치하거나, 근린공원 구역 일부를 해제하는 등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며 “6·25전몰군경유족회 등 보훈단체와도 화해를 주선중”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19일 새해 예산심의에서 금정굴 위령사업 타당성 조사비(2200만원)를 깎아 논란을 빚은 고양시의회는 금정굴 현장보존과 유해안치를 포함한 ‘고양 역사평화공원 조성에 관한 조례’를 만들어 다음달 임시회에 상정할 계획이다.
조례를 추진중인 왕성옥 고양시의원(민주당)은 “사적으로 보관해온 금정굴 유골을 국가와 지방정부 차원에서 공적으로 안치하려는 것”이라며 “민간인 희생이 더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후손에게 역사적 교훈을 남기기 위해 위령탑과 평화공원 등을 건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양시는 조례가 통과되면 4월 추경예산을 편성해 타당성 조사와 용역비를 반영할 예정이다.
앞서 2007년 6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금정굴 사건은 고양경찰서장 책임 아래 이뤄진 불법 집단살해로, 그 최종 책임은 국가에 귀속된다”며 유해봉안 등의 신속한 후속 조처를 권고했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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