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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오대산 지켜온 전나무의 향연…‘천년의 숲길’ 걸어볼까

등록 2011-02-22 13:28

평창 오대산 천년의 숲
평창 오대산 천년의 숲
[2018 겨울올림픽 도전] 관광 인프라
국토의 등뼈인 백두대간의 심장부가 지나가는 곳이 강원 평창이다. 평창군 전체 면적의 84%가 울창한 숲으로 이뤄져 있으니, ‘대한민국 산림수도’를 자임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해발 1500m를 훌쩍 뛰어넘는 계방산·오대산을 위시해 1400m대의 박지산·발왕산, 1300m대의 백덕산과 1200m대의 태기산까지 고산준령이 즐비하다.

평창 ‘금강연~월정사’ 1㎞ 길
몇걸음 떼면 ‘깊은 산속’ 느낌
왕복 40분…상원사 길도 좋아

지난 13일 오후 2시께, 평창군 진부면 동산리 오대산 자락에 자리한 천년고찰 월정사 들머리에 들어섰다. 사위는 온통 눈밭이다. 매표소를 통과해 사찰로 향하는 길을 포장한 것도 다져진 눈이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금강교를 건너니, ‘천년의 숲길’ 안내판이 인사를 건넨다. 굳이 월정사를 찾은 이유다. 전북 부안의 내소사, 경기 남양주의 광릉수목원길과 함께 월정사 ‘천년의 숲길’은 국내 3대 전나무 숲으로 꼽힌다.

‘천년의 숲길’은 금강연에서 출발해 월정사 일주문에 이르는 1㎞ 남짓한 전나무 숲길을 일컫는다. 길을 따라 아름드리 전나무 1700여그루가 빼곡한데, 평균 수령 83년에 최고수령을 자랑하는 나무는 370년이 넘는다. 수달이며 노랑무늬붓꽃 등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 340여종이 그곳에 터전을 두고 있단다.


태백 해바라기 산소길
태백 해바라기 산소길
강원도를 대표하는 수종은 소나무다. 그럼에도 오대산 자락에 전나무가 깃든 사연이 있다. 월정사 문화국장 소임을 맡은 법상 스님은 고찰에 전해져오는 설화를 이렇게 소개했다.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가 ‘왕사’로 삼은 무학대사의 스승이 나옹 스님이다. 스님께서 오대산에서 수도하실 때의 일이다. 오대산은 동서남북과 중앙에 5개의 평평한 대지로 둘러싸여 있다 해서 붙은 이름이다. 그때 스님께선 북대의 미륵암에서 거처하셨는데,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중대의 적멸보궁까지 오셔서 매일 점심 공양을 올렸다.

어느 해 겨울 스님께서 공양을 해서 중대로 향해 가는데, 소나무 가지에 걸렸던 눈이 떨어져 공양이 다 식어버렸다. 난감해하는 스님 앞에 홀연 산신령이 나타나 소나무를 엄히 꾸짖고는, 전나무 아홉그루에게 대신 산을 지키게 했다. 그때부터 오대산 자락에선 소나무가 귀해졌다.”

몇 걸음 떼지 않았는데도 깊은 산속에 들어온 느낌이다. 앞서 걸어간 이들이 좁다랗게 길을 다져놓지 않았다면, 쌓인 눈에 무릎까지 빠졌을 터다. 길게 뻗은 가지마다 허옇게 눈덩이를 지붕으로 이고 있는데, 저만치 젊은 연인들은 깔깔대며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차가운 날씨에도 맑은 기운이 코를 찌른다. 날이 풀려 다시 찾으면 맨발로 흙길을 걸어도 좋겠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욕심도, 성냄도, 번뇌도 걷어낸 느낌이다. 불자가 아니어도 해탈을 구할 만하다.



철원 쇠둘레길 등 강원의 ‘산소길’이 아름다운 풍광을 뽐내고 있다.
철원 쇠둘레길 등 강원의 ‘산소길’이 아름다운 풍광을 뽐내고 있다.
완만한 굴곡과 경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숲길은 거의 곧은 평지에 가까웠다. 평소에는 왕복 40분 남짓 걸린다는데, 이날은 눈밭을 헤치고 나아가느라 1시간이 넘게 걸렸다.

길이 짧다고 느껴진다면, 다시 금강교를 건너 상원사 쪽으로 방향을 틀어도 좋겠다. 월정사에서 동피골야영장을 거쳐 상원사에 이르는 길(편도 약 9.5㎞)은 강원도가 지정한 산소(O₂) 길인 ‘오대산 천년의 숲길’이다.

평창/글·사진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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