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나무 병해 방제 작업에 나선 산림청이 생태계가 뛰어난 경기도 고양시 개명산 숲의 나무 4000여 그루를 베어내고 목재 운반용 도로를 내면서 계곡 곳곳이 흙더미로 가로막혀 있다.
방제 이유 경사지 4000여그루 베어내
운반용 도로 내고 계곡 곳곳 흙 메워
“우기때 산사태·생태계훼손 우려” 비판
운반용 도로 내고 계곡 곳곳 흙 메워
“우기때 산사태·생태계훼손 우려” 비판
4일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벽제동 개명산(622m) 한쪽 비탈. 산림청이 벌이는 참나무 병해 방제작업 현장이다. 키 10~20m의 30~50년생 나무들로 울창했던 숲은 삭막한 벌거숭이로 바뀌어 있었다. 150년 넘게 사람 발길이 닿지 않아야 형성되는 가장 안정된 상태의 숲, 곧 ‘극상림’의 나무 4000여그루가 베어져 나갔다. 벌목한 나무들을 운반하려고 산비탈을 깎아 만든 임시도로엔 흙먼지가 발목까지 빠질 만큼 수북이 쌓여 있었고, 계곡은 곳곳이 흙더미로 메워져 물길이 끊겨 있었다.
개명산은 북한산과 함께 백두대간의 지맥인 한북정맥을 잇는 산이다. 꼬리치레도롱뇽·산개구리 등이 사는 1급수 청정 계곡이 있고 신갈나무·굴참나무·서어나무 등이 다채롭게 어우러져 있어 환경부가 생태환경의 보전가치가 높다며 ‘생태자연도 1등급’으로 매긴 지역이다.
산림청 서울국유림사무소는 지난해 개명산 47.3㏊를 ‘참나무시들음병’이 휩쓸자, 7.2㏊는 나무를 죄다 베어내는 ‘소구역 모두베기’를, 나머지 지역엔 약제 살포를 하는 등 복합 방제작업을 하는 중이다. 참나무시들음병 발생 10% 감축을 목표로 4월 말까지 피해 참나무를 베어낼 계획이다.
하지만 모두베기를 하는 지역은 계곡 인근의 경사도가 30도를 넘는 급경사지다. 산사태와 토사 유출 등이 우려되는데도, 다른 방제 수단을 찾지 않은 채, 또 뚜렷한 보전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 모두베기 작업을 강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평수 고양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장은 “개명산 벌목지역은 급경사여서 비올 때 토사 유출이나 산사태가 발생할 수 있고, 흙탕물이 계곡에 유입되면 1급수 지표 생물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산림청 지침을 보면, 모두베기 작업은 피해가 심한 구역과 고사목이 30% 이상인 구역에서 벌목한 나무를 반출할 수 있는 곳에서 하도록 돼 있다. 나무 반출용 임시도로를 설치하면 토사 유출, 산사태 등 산림 피해가 클 것으로 우려되는 급경사지에는 모두베기를 적용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장을 둘러본 박평수 집행위원장은 “이런 식으로 나무를 베면, 구제역이 발생했다고 주변 건강한 가축들까지 모두 살처분한 것과 뭐가 다르냐”고 비판했다.
서울국유림관리소 관계자는 “참나무시들음병의 가장 확실한 방제 방법은 피해 참나무를 베어 없애는 것”이라며 “지하수를 식수로 쓰는 주민들이 약제 살포를 자제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2004년 경기 성남시에서 처음 발생한 참나무시들음병 때문에 2006년 이후에만 참나무류 111만여그루가 말라죽었다.
산림청은 벌목한 나무를 850만원에 펄프회사에 팔았으며, 다음달부터 벌목 구역에 소나무·낙엽송을 심고 산책로를 조성하는 공사를 할 계획이다.
고양/글·사진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고양/글·사진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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