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열릴 사분위 최종결정 앞두고 기자회견
사학분쟁조정위원회가 오는 17일 전체회의를 열어 17년 동안 임시이사가 파견돼 있는 대구대의 재단 정상화 방안을 최종 결정하기로 한 가운데 대학 구성원들과 옛 재단이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어 ‘제2의 상지대 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이 대학 학생·직원·교수·비정규노조·재단 이사 등 대학 구성원 대표 10여명은 8일 기자회견을 열어 “비리 재단이 복귀해서는 안 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효삼 부총장과 이재돈 정상화추진위원장은 “대학 구성원 2만여명이 뜻을 모아 지역사회에서 덕망있는 정이사 7명을 추천했다”며 “교육과학기술부와 사분위에서 이들을 승인해 줄 것”을 요구했다. 전환용(24·재활4) 총학생회장은 “만약 비리 재단이 복귀하면 학내 분규가 우려된다”고 밝혔으며, 전형수 교수회 의장은 “공정사회를 기치로 내건 이명박 정부가 절대 옛 재단의 복귀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못박았다.
대학 구성원들은 2년여 동안 논의한 끝에 지난해 5월 이상희(79) 전 내무부 장관 등 7명을 정이사로 추천해 교과부에 승인을 요청했다. 김범일 대구시장, 김관용 경북지사, 우동기 대구시교육감, 이영우 경북도교육감, 장익현 대구지방변호사회장 등은 이들 이사진을 지지하는 의사를 나타내기도 했다.
하지만 옛 재단에서도 이사진 참여 의사를 밝혀 대결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옛 재단 쪽은 지난달 17일 ‘대통령께 드리는 호소문’이라는 형식의 언론광고와 18일 서울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을 통해 “설립자가 어렵게 학교를 세웠지만 임시이사 체제에서 기득권 세력들이 대학을 강제로 빼앗으려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학은 이영식 목사(작고)가 설립했으며, 이 목사의 아들인 이태영 전 총장(작고)의 부인 고은애(80)씨와 장녀 이예숙 경북영광학교 교장, 둘째아들 이근민 대구대 교수 등이 옛 재단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이 전 총장의 큰아들 이근용 대구대 교수는 대학 구성원들과 뜻을 함께하며 이들이 제출한 정이사 7명 가운데 4명을 추천했다.
사분위는 지난달 두 차례에 걸쳐 소위원회를 열어 팽팽하게 맞선 대학 구성원과 옛 재단의 의견을 들었으며, 17일 열리는 전체회의에서 최종 결정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대는 1993년 재단 비리 등으로 심각한 학내 분규를 겪어 오다 이듬해 2월 임시이사가 파견돼 17년째 계속되고 있다. 홍덕률 현 총장 등 교수 2명이 당시 해직되기도 했다.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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