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 미뤄져 빚더미’ 운정주민 삭발투쟁

LH공사 앞서 집회 열어
1706가구 1조 빚에 허덕
“사업 일정이라도 발표를”

새도시 예정지로 지정된 뒤 보상 지연으로 파산 위기에 내몰린 경기 파주시 운정3지구 주민 50여명이 10일 오후 4시30분께 경기 성남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앞에서 새도시 사업계획 발표와 보상을 촉구하며 집단으로 머리를 삭발했다. 앞서 주민 300여명은 오후 2시 파주시 교하읍 동패리 ‘운정3지구 수용 비상대책위원회’ 사무실 앞에서 비상총회를 연 뒤 토지주택공사로 갔다.

이날 함께 삭발한 박용수 운정3지구 수용 비상대책위원장은 “토지주택공사가 통합한 지 1년6개월이 지나도록 사업조정안을 내놓지 않은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라며 “이지송 토지주택공사 사장과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의 ‘사업을 꼭 하겠다’는 약속을 기다리다가 모두 거리에 나앉게 생겼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운정3지구 토지 주인들인 이들은, 정부의 발표를 믿고서 미리 대출을 받아 인근에 땅과 집을 샀는데 보상이 미뤄지면서 빌린 돈을 갚지 못해 4년 동안 1800여건의 부동산이 경매 처분되는 등 심각한 재정위기에 내몰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들이 파악한 자료를 보면, 파주시 교하읍의 부동산 경매 건수는 2007년 132건에서 2008년 243건, 2009년 412건, 2010년 1029건 등 해마다 2배가량씩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하읍 동패리 주민 박아무개(46)씨는 “2005년 28억원을 빌려 가구공장 부지 4700여㎡를 샀으나 허가 과정에서 부지가 수용되는 바람에 3년 동안 허송세월을 했다”며 “2008년 보상을 확신하고 추가로 26억원을 대출받아 인근에 2600여㎡의 대토를 구입했으나 보상이 미뤄지면서 부채가 2배로 늘었다”고 하소연했다. 박씨는 설상가상으로 은행에서 제2금융권, 사금융으로 갈아타면서 이자가 20억원이나 불어, 결국 74억원의 빚더미에 앉아 오는 22일 경매처분을 앞두고 있다.

동패리 주민 김아무개(51)씨는 2007년 36억원을 빌려 파주 적성에 농지와 임야 2만4000여㎡와 연천에 영농조합법인을 매입했다가 이자를 내지 못해 빚이 60억원으로 불어 지난해 10월 부동산을 경매로 넘겼다.

정상교 비상대책위 사무국장은 “지난해 경매가 1000건이 넘었는데, 농지와 주택을 뺀 절반이 공장시설일 만큼 이 지역 중소기업은 고사 직전”이라며 보상을 촉구했다.

695만㎡ 규모의 운정3지구는 2006년 10월 토지수용계획 발표에 이어, 2007년 6월 택지지구 지정, 2008년 12월 개발계획 승인까지 마쳤으나 보상이 늦어지면서 1706가구 주민이 1조2000억원의 빚을 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파주/박경만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