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가 연간 매출액 2500억원이 넘는 기업을 유치했으나 씁쓸한 뒷맛을 남기고 있다.
시는 지난 11일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아이에이치엘㈜과 투자협약을 맺었다. 이 회사는 앞으로 5년 동안 1020억원을 투자해 대구 달성군 테크노폴리스안 4만9천㎡에 자동차 부품공장과 기술연구소 및 에이에스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2015년 공장이 완공되면, 연간 매출액이 4천억원에 이르고, 500여명의 고용 효과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 회사 유치는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이 2008년 8월 문을 연 뒤 2년9개월 만에 제대로 된 기업을 유치한 첫 사례이다.
하지만 이 회사 유치에 중요한 구실을 한 정용(52) 공인중계사협회 대구지부장은 “대구시가 투자협약을 맺고 난 뒤부터는 아무런 연락도 없이 철저히 소외시켰다”며 “이럴 수가 있느냐”고 흥분했다. 정씨는 “경제구역청 간부 직원이 기업 유치에 따른 포상금을 주겠다는 약속을 몇 차례나 해 놓고 소식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투자 유치에 결정적으로 도움을 준 시민을 이런 식으로 푸대접한다면 앞으로 기업 유치에 협조할 시민이 어디에 있겠느냐”며 “곧 대구시청 앞에서 투자 유치 공적을 가로챈 대구시를 규탄하는 1인시위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씨는 두 달 전부터 아이에이치엘 쪽이 공장 터를 찾는다는 정보를 경제구역청에 전달하고, 직원들의 만남도 주선했다.
신경섭 경제구역청 투자유치본부장은 “정씨가 초기에 투자 정보를 전해 주는 등 어느 정도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나 투자 유치에 도움을 준 시민에게 답례를 하는 포상금제도는 외국투자기업에만 적용돼 포상금 지급이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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