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고양시 일산새도시 외곽지역에 2000년부터 210개 점포 규모의 상권을 형성해온 일산 덕이동 패션아웃렛이, 인근 파주에 신세계 첼시와 롯데 아웃렛 등 유통재벌의 입점이 확정되면서 상권 몰락의 위기를 맞고 있다.
중기청 ‘사업 일시정지’ 권고 무시
중소상인 “품목 제한 둬야 상생”
중소상인 “품목 제한 둬야 상생”
경기 파주시 탄현면 통일동산에 건설 중인 신세계첼시 파주점이 중소기업청의 ‘사업개시 일시정지 권고’를 무시하고 18일 개장을 강행하기로 해, 인근 고양·파주·김포 지역 중소상인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신세계첼시는 18일 오후 1시30분 김문수 경기도지사, 황진하 국회의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개장식을 갖는다고 16일 밝혔다.
앞서 중소기업청은 지난 14일 신세계첼시에 공문을 보내, 고양시 덕이동 등에서 아웃렛을 운영하는 중소상인들이 신청한 사업조정이 원만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34조에 따라 중소기업 사업조정심의회의 심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개장을 일시 정지할 것을 권고했다.
앞서 지난해 5월 고양·파주·김포의 중소상인 400여명은 파주에 신세계첼시와 롯데 아웃렛이 개장하면 10여년에 걸쳐 개척한 중소상권의 몰락이 불가피하다며, 중소기업청에 사업조정을 신청했다. 상인들은 신세계첼시에 브랜드 차별화와 중복된 브랜드에 대한 물량 공급 보장을 요구해왔다.
신희종 패션아울렛연합회 운영위원장은 “영세상인의 틈새시장인 아웃렛에 유통재벌이 아무런 제한없이 뛰어들 경우 지역상권이 초토화될 수밖에 없다”며 “약속대로 수입명품 위주로 운영해 대·중소기업이 상생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신세계첼시 관계자는 “70~80%가 외국 수입 브랜드여서 할인매장과 겹치지 않아 사업조정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중소기업청의 권고는 구속력이 없으므로 예정대로 그랜드 오픈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소상인들은 “덕이동 아웃렛의 경우 210개 브랜드 가운데 나이키 등 37개 브랜드가 신세계첼시와 겹쳐 조정이 안될 경우 상품 공급을 못받아 폐업이 불가피하다”며 “폴로·보브 등 일부 점포들이 벌써 철수하는 등 피해가 가시화하고 있다”고 맞섰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도 “신세계첼시가 정부기관의 권고를 무시하고 개점을 강행할 경우, 향후 사업조정심의회의 조정 권고 등으로 인해 회복할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글·사진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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