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축산 선진화’ 방안
밀식사육 방지책 빠지고
대형농가만 허가제 도입
밀식사육 방지책 빠지고
대형농가만 허가제 도입
사상 최악의 구제역이 발생한 지 116일째인 24일, 정부가 초동방역체계 강화와 축산업 허가제 일부 도입 등을 뼈대로 한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가축 밀식사육 억제를 위한 사육 마릿수 총량제 도입을 포기한 것은 물론 사육환경 개선 예산 확보 방안도 없어, 근본적인 가축질병 예방책으로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이날 총리실을 중심으로 농림수산식품부 등 4개 부처가 합동으로 마련한 ‘가축질병 방역체계 개선 및 축산업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11월29일 이후 넉달 가까이 이어진 구제역 대재앙의 경험을 바탕으로 마련한 종합대책이다.
정부는 구제역 등이 발생하는 즉시 최고 단계인 ‘심각’ 수준의 방역 조처를 하고, 군부대의 조기 투입을 제도화하는 등 초동대응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2012년부터 대규모 축산농가들에 한해 축산업 허가제를 도입하고, 중소규모 농가에는 모두 등록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정부는 허가제와 등록제로 방역 의무를 강화하면 질병 예방 수준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인구·면적 등에 견줘 지나치게 많은 가축을 기르는 점이 구제역 확산을 불렀다는 지적에 따라, 지역별로 가축 사육 마릿수를 제한하는 총량제 도입을 검토했으나 이날 대책에선 빠졌다. 이상길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현실적으로 시행이 쉽지 않고 사유재산권 침해 등의 우려도 있어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가축 마리당 사육면적을 넓히고 분뇨처리시설 등을 개선해 질병 면역력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는데도, 이처럼 가축 사육환경의 개선을 뒷받침하겠다는 방안은 내놓지 않았다. 노경상 한국축산경제연구원장은 “축산업 허가제와 함께 축사 환경 개선을 위한 지원이 필수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며 “이를 위한 예산 확보 방안이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최근 구제역 사태가 진정되고 있다고 보고 위기경보 단계를 ‘심각’에서 ‘경계’로 낮추기로 했다. 충남 홍성·보령 2곳에만 유지되고 있는 이동 통제도 1주일 뒤에는 해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백신 접종으로 구제역 바이러스가 축사와 가축의 몸 안에 숨어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구제역이 종식된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최소 2~3년 동안 정기적인 백신 접종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1차적으로 백신 접종 청정국 지위를 얻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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