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서 체납 관리비 3억 입주자에 떠넘겨 원성
재건축조합·시공사 외면 속 유사피해 속출할 듯
재건축조합·시공사 외면 속 유사피해 속출할 듯
재건축조합이 미분양 상태에서 입주가 이뤄진 재건축조합 아파트의 관리비를 1년 동안 체납해, 아파트단지의 전기·수도요금과 청소용역직원 인건비가 연체되는 등 입주민들이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수도권에 미분양된 아파트가 많아, 앞으로 다른 아파트단지에서도 비슷한 피해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30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 성사동 ㄹ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재건축조합, 시공사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ㄹ아파트는 2010년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미분양 및 미입주 가구의 미납 관리비 2억8788만원(연체료 2051만원 포함)과 시공사 사무소의 관리비 4128만원 등 1년 동안 3억2000여만원이 미납됐다.
이에 따라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최근 전기·수도요금 8000여만원 체납에 따른 연체료 160만원을 아파트 입주자에게 부담시키겠다고 공지해 세입자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주민 이용우씨는 “매달 꼬박꼬박 관리비를 내고 있는데도 세입자에게 미분양 관리비 연체료까지 내라고 하니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2009년 11월 입주를 시작한 ㄹ아파트는 1651가구 가운데 530여가구가 세입자이며, 현재 149가구가 미분양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입주자들은 지난해 6월부터 최근까지 10여차례에 걸쳐 사업주체인 원당2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조합)에 일반분양 및 재건축 소형주택 미분양 가구의 관리비를 납부해줄 것을 공식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고 주장했다.
김명희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미분양 가구 관리비 연체로 아파트 관리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조합과 시공사는 1년 넘도록 수수방관하고 있다”며 “조합을 상대로 법적 조처를 밟기 위해 주민 동의 절차를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입주자들의 항의가 잇따르자 조합은 29일 오후 7시30분 긴급 대의원회를 열어, 미분양 가구의 관리비를 일단 납부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기학 조합장은 “미분양 주택의 관리비 부담 주체가 확정되지 않아 관리비 납부를 미뤄왔지만 관리사무소의 재정문제 해소가 시급하다고 판단해 조합이 납부를 결의했다”며 “미분양에 책임이 있는 시공사와는 추후 협의를 통해 관리비 부담을 요청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수도권에 미분양으로 빈 가구가 많은 상태에서 입주가 이뤄진 아파트단지가 제법 있다”며 “이런 아파트단지에서도 관리비 부담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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