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광장 잔디밭에 벼농사 짓자”

김영종 서울 종로구청장

김영종 종로구청장 제안
“농업의 소중함 공유 계기”

“서울 광화문광장 잔디밭에 유기농법으로 벼를 재배합시다.”

김영종(사진) 서울 종로구청장은 6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서울 600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중심인 광화문광장에 벼농사를 짓는다면 농사를 천하의 근본으로 삼았던 전통을 되살릴 수 있고, 자연친화적인 도시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며 광화문광장에 벼를 재배하자고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최근 건의했다고 밝혔다.

김 구청장이 구상하는 벼농사 방안은,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뒤쪽 잔디밭에 폭 10m 길이 100m 크기 논을 만드는 것이다. 그는 현 잔디밭 면적의 35%에 논을 만들어 유기농법으로 벼농사를 짓겠다고 설명했다. 벼농사에 필요한 관개시설은 지금 잔디밭에 물을 주는 스프링클러를 이용하면 되므로, 1년 농사에 필요한 예산은 1억2천만원가량이면 충분하다고 했다.

“서울 한복판의 벼농사는 즉흥 이벤트가 아니냐”고 묻자 김 구청장은 “건축사 출신의 도시계획전문가로서 광화문광장과 벼농사의 역사·사회·상징적 의미를 신중하게 따져본 뒤 제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광화문광장에서 가까운 창덕궁 내 창의정은 조선시대 임금이 직접 수확한 벼로 초가를 올렸으며, 농사의 소중함을 백성들에게 일깨워주기 위해 만든 곳”이라며 “임금이 직접 농사를 지었듯이 광화문광장에 벼농사를 지으면 농업의 중요성과 의미를 공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어린이 이삭봉사단(가칭)을 모집해 볍씨 파종에서 수확까지 농사 전 과정에 참여·체험하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고, 최근의 식량자원화 흐름 속에서 농업의 중요성을 일깨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구청장은 또 “겨울에는 보기 황량하고 늦가을부터 봄까진 광장 쓰임새가 제약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추수 뒤에는 논바닥에 물을 얼려 천연스케이트장으로 활용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서울시는 광화문광장이 우리나라 대표 광장이란 상징성 때문에 벼 재배 제안을 신중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안다”며 “벼농사는 ‘농자천하지대본’이란 전통을 재조명하고 자연친화적인 도시홍보 방법이므로 광화문광장의 상징성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권혁철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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