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뉴타운은 추진하되 신규지정 안하기로
정비방침 전환에 “비판의식 뒷북대책” 지적
정비방침 전환에 “비판의식 뒷북대책” 지적
서울시가 뉴타운과 재개발, 재건축 등 주거정비사업의 개념을 ‘전면 철거 뒤 획일적 아파트 건설’에서 지역 특성을 살린 개발과 보전의 양립으로 바꾸기로 했다. 뉴타운 사업은 추가 지정을 하지 않되, 지정된 기존 사업이 일정 궤도에 오를 때까지 안정적 추진에 주력하는 등 속도조절을 하겠다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했다.
서울시는 14일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하는 ‘신주거정비 5대 추진방향’을 발표하면서 서울의 주거정비사업 패러다임을 40년 만에 바꿨다고 의미를 부여했지만, 뉴타운 사업을 비판해온 쪽에서는 뒤늦은 대책이라고 지적했다.
시는 건축허가를 제한받는 30개 뉴타운 지구 내 존치지역과 121개 일반 정비예정구역은 주민들이 원할 경우 주민 의견을 수렴해 건축 제한을 해제할 방침이다. 건축 제한이 해제된 구역은 아파트와 저층 주거지의 장점을 결합한 휴먼타운 우선 조성지역으로 관리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미 구역 지정된 뉴타운 사업은 행정·재정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뉴타운 사업 전체 241개 촉진구역 중 추진위원회가 설립된 곳은 171개 구역이고, 조합설립 인가를 받은 곳은 121개 구역, 사업시행 인가를 받은 곳은 63개 구역, 준공된 곳은 19개 구역이다.
부동산 투기의 원인으로 꼽힌 재개발·재건축 정비예정구역 신규 지정은 올해로 끝내고, 장기적으로 제도 자체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정비사업만을 계획하는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은, 정비예정구역과 기존 재개발·재건축·뉴타운 사업을 모두 흡수해 서울시 전체 주거지를 대상으로 ‘주거지종합관리계획’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그동안 사업단위별로 진행되던 재개발·재건축·뉴타운 사업을 도심·서남·서북·동남·동북권 등 5개 권역별로 마스터플랜을 수립해 해당 지역의 특성과 인근 여건을 종합해 광역 단위로 정비·보전·관리할 계획이다.
또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해 다양한 노후·불량 건축물 밀집 지역이나 저층지에 적용 가능한 미래형 소규모 주거지 정비사업 모델을 개발해 보급할 예정이다. 소규모 정비사업은 현재처럼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는 게 아니라, 대지면적 5000㎡ 이하를 대상으로 기존 가로망, 도시 골격을 유지하면서 지역의 고유성과 커뮤니티를 유지하는 방식이다.
이와 함께 서민들이 주로 사는 다가구주택이나 다세대주택이 밀집한 지역에서 정비사업을 펼 때는 소형주택 비율을 늘리거나 부분 임대형 아파트를 계획하도록 유도함으로써, 기존 거주 가구 수 이상의 주거공간을 확보해 원주민 재정착률을 높일 방침이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도시지역계획학)는 “획일적 뉴타운 사업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절충적 방안이며, 정비사업의 패러다임을 바꿨다지만 획기적 대책으로 보기엔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이어 “용적률을 높이고 소형주택을 줄여 개발이익을 확보하는 뉴타운의 사업성 문제가 남아 있는 한, 시 주장처럼 보존과 개발이 양립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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