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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열공하는 전통시장…변신을 꿈꾸다

등록 2011-04-17 21:08

서울 대림시장 마케팅 수업 열기
통인시장선 신문 발행·상품소개도
“상인 여러분, 손님 잡는 비법을 알고 싶으세요?”

“빨리 좀 가르쳐줘요! 하이고, 답답하다.”

객석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지난 14일 밤 9시 서울 은평구 응암정보도서관은 배움의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대부분 60~70대인 늦깎이 학생들은 ‘고정관념 타파하여 경영혁신 이룩하자’는 구호가 적힌 형광색 조끼를 걸쳤다. 응암동 대림시장 상인들이 마케팅 수업을 듣는 중이었다.

대림시장은 1969년에 문을 열었다. 포목점, 분식점, 그릇가게 등 100여개의 가게가 어울렸다. 아이엠에프(IMF) 뒤부터 장사는 내리막이었다. 수지가 안 맞아 가게 40여곳이 문을 닫고 61곳만 남았다. 관리비만 내고 들어와 장사를 하라고 해도 오는 이가 없다. 상인들은 궁리 끝에 ‘열공’을 선택했다. 이달부터 석달 동안 시장 상인들은 모두 시장경영진흥원이 지원하는 ‘상인대학’ 강의를 듣는다. 40년 동안 속옷 가게를 운영한 이옥임(59)씨는 강의가 끝난 뒤 “그동안은 (장사가) 안 된다고만 했지, 손님 마음을 읽어야 한다는 생각은 못했다”며 “마트에 손님을 많이 뺏겼는데, 앞으론 나도 변해야겠다”고 말했다.

2002년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전통시장 지원이 본격화된 뒤 정부 지원은 주로 통로에 지붕을 씌우거나 화장실을 개선하는 등 시장 현대화에 초점을 맞췄다. 최근에는 시장의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하는 작업이 서울시 곳곳에서 한창이다. 단순히 외관만 현대화된 시장이 아니라 새로운 전통시장의 모델이 등장하는 셈이다.

종로구 통인시장은 이달부터 시장 신문을 발행하고 있다. <통인시장 통신>은 시장을 알차게 이용하는 노하우, 외국인의 통인시장 이용기 등을 담는다. 특히 진한 사연이 담긴 상품 전단이 강점이다. “청춘을 다 바친 바지락”, “금일도 친정에서 재배한 고춧가루에 장가든 총각무김치”, “43년 역사의 떡집이 내놓은 신상 보리떡”…. 상인들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 만든 홍보 문구다.

떡집을 운영하는 김희자(54)씨는 “신문이 나간 뒤 손님들이 ‘혹시 그 보리떡집이 여기냐’며 찾아오니 신난다”고 말했다. 신문 발행을 맡은 윤현옥씨는 “통신이 시장과 지역 사이에서 공동체 관계를 복원하는 메신저 구실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전통시장을 문화공간으로 활용하는 ‘문화와 예술이 함께하는 전통시장’ 사업을 펴고 있다. 중랑구 우림시장 상인들은 지난해 상인극단을 결성해 <춤추는 황금소>라는 제목의 창작극을 선보였고, 강북구 수유시장은 시장 안에 공방과 요리교실을 만들어 주민들의 호응을 얻었다.


서울시 생활경제과 박철규 팀장은 “문화사업으로 당장 고객 유입 수가 눈에 띌 만큼 느는 것은 아니지만, 젊은 층이 시장을 찾는 등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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