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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속도전에 느티나무 100그루 ‘살처분’

등록 2011-04-18 20:27수정 2011-05-27 21:07

한국수자원공사가 4대강을 살린다며 경기도 여주군 강천면 남한강 강천섬 부근 나무농장을 파헤쳐 느티나무 거목 100여 그루를 쓰러뜨린 현장에서 지난 17일 오후 농장주 강대호씨가 지난해 찍은 느티나무 사진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여주/김봉규기자 <A href="mailto:bong9@hani.co.kr">bong9@hani.co.kr</A>
한국수자원공사가 4대강을 살린다며 경기도 여주군 강천면 남한강 강천섬 부근 나무농장을 파헤쳐 느티나무 거목 100여 그루를 쓰러뜨린 현장에서 지난 17일 오후 농장주 강대호씨가 지난해 찍은 느티나무 사진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여주/김봉규기자 bong9@hani.co.kr
수공, 남한강 나무농장 100년 넘은 거목 폐기
보상 조율 안끝났는데 법원 단행가처분 인정
“돌이킬 수 없는 손실”…“홍수기 전 준설해야”
지난 17일 아침 8시 경기도 여주군 남한강 강천섬(일명 도리섬)은 때아닌 태풍이 몰아친 것 같았다. 둘레가 3~4m가 넘는 느티나무 140여그루가 뿌리를 드러낸 채 강가에 쓰러져 있었다. 꽃과 나무가 다투듯 푸른 잎싹을 틔울 계절인데도, 주검처럼 널브러진 나무는 황량함만 남겼다. 38살 노총각 강대호씨는 하늘을 원망하듯 쳐다보고 있었다.

강씨는 아버지(60)와 함께 2008년부터 이곳에서 나무농장을 운영했다. 수령이 100살은 족히 된 140여그루의 아름드리 느티나무와 300여그루 갖가지 수목이 우거진 이 농장은 싱그러움이 넘쳤다. 혹독했던 지난겨울을 이겨낸 나뭇가지에선 올해도 어김없이 생명이 돋아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이런 기대는 지난 14일 산산이 찢겼다. 4대강 사업 한강6공구 남한강 ‘강천보’ 사업 구간 안에 있는 이 농장의 나무들에 대해 한국수자원공사가 ‘임목 폐기 처분’을 집행했기 때문이다. 노동자 30여명과 중장비 10여대를 동원한 수자원공사는 거목들을 쓰러뜨렸다.

순식간에 황무지로 돌변한 농장을 지켜봐야 했던 강씨는 “끔찍하다는 구제역 가축 매몰 현장이나 다를 게 뭐냐”며 울분을 토했다. ‘나무 살처분’ 현장에 있던 강씨 아버지는 충격에 쓰러져 지난 16일 밤 수술을 받았다.

강씨 부자는 한 사설 학원 소유의 땅에서 자란 나무를 사 지금까지 24억원가량 투자했다. 하지만 정부는 42만㎡ 규모의 이 농장도 4대강 사업구간에 포함했다. 홍수 방지를 위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강씨 쪽과 수자원공사는 지난해 3월 ‘거목인 느티나무 140그루의 이전 보상은 소유주와 조율이 필요하지만, 나머지 수목은 이전 비용 6억원을 지급한다’는 보상 약정에 합의했다. 합의 뒤 수자원공사는 이전 비용을 받은 수목의 이전을 요구했다. 강씨 쪽은 느티나무 처리 문제를 매듭짓자며 맞섰다. 이에 수자원공사는 지난 2월 수원지법 여주지원에 ‘토지 인도와 느티나무까지 포함된 임목 폐기 단행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은 지난달 29일 이를 받아들였다.

강씨 쪽 변호인인 법무법인 광장의 이주헌 변호사는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줄 수 있는 단행 가처분은 신중하게 결정·집행하는 게 관례”라며 “본안 소송에서 심각한 다툼이 예상되는데도 국책사업의 신속성만을 앞세운 수자원공사의 주장만 받아들인 법원 결정과 집행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홍수기 전까지 사업을 끝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여주/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 5월 28일 알려왔습니다

‘4대강 속도전에 느티나무 100그루 살처분’ 기사에 대해, 한국수자원공사는 “경기도 여주군 강천섬 느티나무를 법원의 가처분 결정에 따라 집행하였으며, 4월20일부터 5월4일까지 이식 조처를 완료했다”고 알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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