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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순 지사 귓전 울린 ‘민심의 울분’

등록 2011-05-02 21:36수정 2011-05-02 21:39

최문순 지사 귓전 울린 ‘민심의 울분’
최문순 지사 귓전 울린 ‘민심의 울분’
골프장 건설반대 농성장 등 민생현장 찾아 강행군
“협의체 구성…단식 풀길” “지사님이 직접 챙겨달라”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뭐든 할 수 있다. 안 하려고만 하면 아무것도 안 보인다. 지금까지는 항상 후자였다.”

2일 오후 2시께 강원 춘천시 중앙로 강원도청 앞 공원 한켠에 마련된 천막농성장에서 만난 홍천군 북방면 구만리의 반종표 이장은 쓰게 웃었다. 지난달 말 착공된 구만리 골프장 건설공사 중단을 요구하며 시작한 단식농성이 벌써 열사흘째다. 그 사이 반 이장은 영양 부족으로 잇몸이 들뜨면서 이를 뽑아내야 할 지경이 됐다. 그는 “산지관리법에 따라 공사 허가를 강원도가 취소할 수 있는데도, 담당 공무원은 되레 주민들에게 허가 취소 요건을 갖춰오라고 한다”며 “답답한 노릇”이라고 말했다.

“나온다, 나온다.” 오후 2시15분께 농성장이 아연 술렁였다. 저만치 도청 들머리에서 최문순 도지사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반 이장을 비롯해 서면 두미리의 이지영(48) 대책위원과 동면 월운리의 조인자(57) 대책위원 등 홍천군 주민대표들의 단식이 길어지면서, 취임 닷새 만에 최 지사가 직접 나선 게다.

앞서 최 지사는 취임 뒤 첫 주말을 맞아 1일 하루 동안 주문진~평창~정선 등 영동지방을 잇따라 방문했다. 주문진 어시장에선 선거공약으로 내걸었던 어민 기름값 보조를 위한 도비 책정을 약속했고,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평창 알펜시아에서는 위기관리 대책을 챙겼다. 또 정선군 고한읍 주민센터에선 폐광지역 살리기 방안을 찾기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선거운동 때를 떠올리게 하는 강행군이었다.

허영 강원지사 비서실장은 “가장 어려운 분들을 가장 먼저 찾아뵙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민생현장을 직접 찾은 것”이라며 “다가오는 주말에는 철원을 비롯한 접경지역을 방문하기로 하는 등 당분간 주말을 이용해 도내 구석구석을 돌며 지사가 직접 주민들과 만나 현안에 대한 해법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통과 참여를 ‘최문순표 현장 도정’의 열쇳말로 삼겠다는 얘기다.

“절박한 심정이다.” 반 이장을 비롯한 주민대표단은 이날 최 지사와 마주앉자마자 봇물처럼 참아왔던 말을 쏟아냈다. 이지영 대책위원은 “그간 골프장 허가 과정에서 나타난 불법 상황을 충분히 알렸음에도, 담당 공무원들은 몇천만원, 몇억씩 들어가는 소송을 하라고 한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에 대해 최 지사는 “이번 주 안에 법률전문가가 포함된 골프장 문제 관련 협의체를 구성하겠다”며 “우선 단식을 풀어달라”고 말했다. 이어 “주민대표 등 이해 당사자가 모두 참여하는 협의체를 통해 골프장 인허가 취소나 공사 중단 여부를 포함해 강원지역에 필요한 골프장의 적정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도 폭넓게 논의해, 골프장 관련 마스터 플랜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직접 하시라.” 얘기를 마친 최 지사가 농성천막을 나서자, 주변에 있던 주민들이 외치기 시작했다. “지사님이 직접 챙겨달라. (주민들의 목소리가) 밑에서 다 걸러진다.” 짧게는 1년여, 길게는 6년여를 싸워온 주민들이다. ‘약속’이 ‘변화’의 동의어가 아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날 면담을 끝낸 주민대표단은 “구만리 골프장 공사가 중단될 때까지” 단식을 이어가기로 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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