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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재건축 뻥튀기 정보’ 못거른 서울시

등록 2011-05-16 20:51수정 2011-05-17 08:05

고덕동 추진위, 클린업시스템에 부풀린 보상가 올려
주민들, 서울시 자료로 믿고 동의…시 “정보제공 중단”
서울 강동구 고덕동에 사는 김아무개(67)씨는 동네에서 추진하는 재건축 사업에 반대해왔지만 “서울시가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니까 믿었다”고 16일 말했다. 지난달 말 서울시의 ‘클린업 시스템’ 누리집에서 재건축 추진위원회가 올려놓은 자료를 확인한 뒤 마음이 흔들렸다는 것이다. “30평대 아파트도 주고 11억원을 더 얹어준다는데 재건축 안 하면 바보 아니에요?” 보상가로 치면 23억7000만원이었다. 그가 사는 224㎡(68평) 단독주택의 3월 말 현재 공시가격은 8억3000만원이다.

뉴타운 사업을 비롯한 재개발·재건축 등 주택정비 사업의 투명성을 보장하고자 서울시가 ‘공공관리자 제도’의 하나로 내놓은 클린업 시스템이 출발부터 말썽을 빚고 있다. 공공관리자 제도는 정비사업의 계획 수립 단계에서 사업이 끝날 때까지 사업 관리를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는 제도다. 서울시는 지난 1월 클린업 시스템 누리집을 만들어 추진위나 조합의 사업 추진 정보와 사업비, 주민 개인별 추정분담금 등을 실시간으로 조회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 일부 재건축 사업지구의 추진위가 수익성을 터무니없이 부풀린 자료를 올리고 이를 근거로 주민들한테서 사업 추진 동의를 받고 있는 것이다. 이 시스템에 등록된 재개발·뉴타운 사업 등 600여곳의 정비사업장 가운데 김씨가 사는 고덕2-1지구는 가장 먼저 주민들의 추정 분담금을 공개했다.

김씨만이 아니다. 추진위가 노트북을 가지고 다니며 공시가격보다 3~4배 부풀려진 보상가를 보여주자, 대부분 고령자인 가옥주들이 하나둘 동의서에 서명하거나 도장을 찍었다. 보상가가 추진위에 의해 부풀려진 정보라는 걸 알게 된 것은 이미 동의서에 서명·날인한 뒤였다. 추진위는 분양가를 주변 시세보다 25~35% 이상 높게 잡는 등의 방식으로 아파트 분양 수익을 부풀린 뒤 “서울시가 만든 프로그램으로 서울시가 제공한 기준에 맞춰 나온 결과”라고 홍보했다고 한다. 추진위 관계자는 “이 지역은 필지는 크고 토지 등 소유자는 적어서 수익성을 다른 정비구역과 비교하면 안 된다”며 “부풀린 게 아니라 오히려 축소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2일 주민 10여명이 서울시에 찾아가 항의하자 서울시는 클린업 시스템 정보 제공을 중단하고, 시스템에 나온 정보만 믿고 서명한 주민들의 경우 필요하다면 동의서를 다시 받도록 하기로 했다. 김승원 서울시 공공관리과장은 “조합이나 추진위가 분양가를 부풀리면 시나 구도 관리하기가 쉽지 않다”며 “근거 없이 부풀린 사례는 시정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심영길 전국개발지역대책연대 조직위원장은 “공공기관이 제공한 프로그램으로 산출한 결과를 믿지 않을 수 있겠냐”며 “시가 도구만 주고 어떻게 쓰이는지 감독하지 않은 것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기망”이라고 지적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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