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한국전쟁때 끊어져
2014년까지 원형 복원
일부구간 구름다리 연결
유네스코 등재 추진도
2014년까지 원형 복원
일부구간 구름다리 연결
유네스코 등재 추진도
1907년 일본의 왕세자 요시히토가 서울을 찾았다. 훗날 다이쇼 일왕이 되는 요시히토의 방문에 일본 통감부는 왕세자가 비좁은 남대문을 지날 순 없다며 남대문 좌우 성곽을 헐어냈다. 500년 도읍의 역사를 간직한 서울성곽의 조직적 철거가 시작된 때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거치며 대부분 파괴됐던 서울성곽이 2014년이면 끊어진 곳 없이 연결된다. 서울시는 기존에 공사해온 성곽 13.5㎞ 구간을 원형 복원하고, 도로나 주택이 들어서 성곽을 다시 쌓을 수 없는 5.127㎞ 구간을 구름다리 등으로 연결해 2014년까지 전체 성곽 18.267㎞를 잇는다고 18일 밝혔다. 시는 복원이 끝난 뒤인 2015년 서울성곽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서울성곽은 태조 5년인 1396년 겨울 전국 8도에서 11만8000명이 동원돼 쌓아올렸다. 이후 17세기 병자호란 당시 일부 성곽이 훼손됐지만 ‘조선은 앞으로 성곽을 보수하거나 쌓지 않는다’는 삼전도맹약 때문에 방치됐다가, 1704년 숙종이 도성의 방위체제를 정비하면서 제 모습을 찾았다.
당시의 형태로 성곽을 복원하는 사업은 1975년 창의문~숙정문 구간인 삼청지구를 시작으로 36년 동안 천천히 이어져오다가 2009년 6월 종합정비계획을 마련하면서 탄력을 받아 지금까지 12.2㎞가 원형 복원됐다. 서울시는 남은 1.29㎞ 구간의 복원을 2013년까지 끝내는 한편, 다음달부터는 구름다리나 방향표시 지형물을 설치하는 ‘형상화’ 방식으로 단절구간을 이을 방침이다.
먼저 도로로 단절됐지만 양쪽에 성곽이 남아 있는 숭례문 서쪽, 창의문, 서울시장 공관 등 9곳은 육교처럼 구름다리로 성곽을 잇는다. 성곽의 흔적은 남아 있지만 높이가 확보되지 않아 육교를 연결할 수 없는 광희문, 장충체육관 등 36곳은 도로 바닥에 화강암을 깔아 성곽이 있던 곳임을 표시하고, 서소문~사직단, 혜화동 등 4㎞ 구간은 사유지이거나 성곽의 흔적을 찾기 어려워 근처 보도블록에 방향표시 지형물을 설치해 탐방로로 연결한다.
아울러 서울시는 서울성곽과 주변 명소를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관광코스로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흥인지문 성곽을 무대로 한 패션쇼, 숭례문 성곽에서 재현되는 조선시대 난전 등 4대문 주변에 특화된 관광상품을 개발하고, 생태 전망·근대사 탐방·가족 나들이 등 성곽을 걸으며 즐길 다양한 탐방코스를 개발할 방침이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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