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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신수철리 마을장터’에 마법사들이 뜬 이유는…

등록 2011-06-13 22:45

11일 오전 마포구 신수동에서 열린 ‘수리수리 신수철리 마을장터’에서 주민 문정규(51)씨가 마법사 복장을 한 채 마을 어르신의 구두를 수선하고 있다.  마포구 제공
11일 오전 마포구 신수동에서 열린 ‘수리수리 신수철리 마을장터’에서 주민 문정규(51)씨가 마법사 복장을 한 채 마을 어르신의 구두를 수선하고 있다. 마포구 제공
서울 신수동 재능 기부자들
이웃 위해 공짜로 물건수리
아나바다 장터·연주회 등도
“사장님, 이다음에 천당 가겠어! ”

새것처럼 말끔해진 구두를 신고 강동성(74)씨가 활짝 웃었다. 막 구두 수선을 마친 참이었다. 닳아빠진 구둣굽 때문에 걸음이 불편했지만, 공공근로를 하며 한달에 20만원 버는 강씨에게 구두 수선은 사치였다. 마을 장터에서 공짜로 구두 수선을 해준다는 소식을 듣고 강씨가 부리나케 달려온 이유다.

‘수리수리 신수철리 마을장터’가 열린 11일 오전 11시, 서울 마포구 신수동 주민센터 앞은 300여명의 주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한쪽에는 안 쓰는 물건을 파는 아나바다 장터가 열렸고, 그 옆에서는 신수동 마을기업인 ‘행복마을주식회사’에서 만든 유기농 두부와 두부과자가 날개 돋친 듯 팔렸다. 마을 어르신들이 텃밭에서 직접 가꾼 유기농 배추와 상추는 팔기 시작한 지 1시간여 만에 200여팩이 모두 동났다. 고층아파트에 둘러싸인 마포지만 이날만큼은 아이부터 노인까지, 이웃이 왁자지껄하게 어울리는 시골 장날의 풍경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신수동 마을장터가 남다른 것은 마법사 복장을 하고 주민들을 위해 재능을 기부하는 봉사자들 때문이었다.

‘수리수리 신수철리’는 단순히 물건을 파는 장터가 아니라 매달 수리 품목을 정해 고쳐주고 나누는 신수동만의 마을 수리 프로젝트다. 수리는 마을 주민 가운데 해당 재능을 가진 이들의 재능 기부를 통해 이뤄진다.

이날 열린 6월 첫 장터에서는 구둣방을 운영하는 문정규(51)씨가 구둣굽을 고쳐주고, 컴퓨터 수리센터를 운영하는 김지택(57)씨가 고장난 컴퓨터를 수리해줬다. 지역의 아마추어밴드에서 활동하는 김씨는 클라리넷으로 트로트음악을 연주하며 장터의 흥을 돋우기도 했다. 봉사에 참여한 문씨는 “봉사도 중독성이 있다”며 “더욱이 우리 마을 어르신들 발이 편하도록 해드리는 거니 얼마나 좋으냐”고 너스레를 떨었다.

행사를 기획한 신수동 주민자치위원회는 앞으로 매달 장터가 열릴 때마다 ‘희망나무’에 주민들의 건의사항을 받기로 했다. 이날 희망나무에는 “핸드폰 액정 필름 붙여주세요”, “우산 고쳐주세요” 등 소소한 바람들이 영글었다.

신수동 주민자치위원인 소영철(51)씨는 “마포는 원래 토박이가 많던 지역인데 개발 붐이 일면서 주민들이 뿌리뽑히고 애향심이 사라졌다”며 “신수동 마을장터가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니라 내가 가진 것을 이웃과 나누는 문화의 장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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