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기지 주민들 불안 떠는데 정부 뭐하나 민통선 마을 등 지자체가 ‘고엽제 오염조사’

파주·동두천시 지하수 채취
연구원에 다이옥신 검사맡겨
“캠프마켓 유독폐기물 규명”
부평구의회, 정부에 조사 촉구

경기지역 지방자치단체들이 고엽제 등 맹독성 물질과 관련한 주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잇따라 다이옥신 오염 조사에 나서고 있다. 지역내 미군부대의 유독성 폐기물 처리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인천 부평구의회는 정부에 환경오염 조사를 촉구하는 등 오염 조사에 대한 목소리가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파주시는 ‘비무장지대(DMZ)에 고엽제를 살포했다’는 증언이 나온 뒤 처음으로 13일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안 3개 마을의 지하수를 채취해 다이옥신 오염 조사에 나섰다. 시료를 채취한 파주시 민통선 마을은 △진동면 동파리 해마루촌 △군내면 조산리 대성동 마을 △군내면 백연리 통일촌 등이며, 주민 700여명이 살면서 수십년 동안 지하수를 식수로 사용해 조사 결과 다이옥신이 검출될 경우 큰 파장이 예상된다. 파주시 관계자는 “고엽제 파문 뒤 주민들의 환경오염 조사 요구가 빗발쳐 불안감 해소 차원에서 검사를 의뢰했다”며 “민통선 안 3개 마을에서 음용수로 사용하는 공동 지하수에서 20ℓ씩 채수해 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에 보냈다”고 말했다.

동두천시도 이날 캠프 케이시에서 50m 떨어진 보산동 주택가와 캠프 호비에서 20m 떨어진 광암동 등 6곳에서 지하수 시료 20ℓ씩 채취해 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에 다이옥신 검사를 의뢰했다. 평택시와 의정부시도 각각 15일과 27일 오산 에어베이스와 캠프 험프리, 캠프 스탠리 주변 지하수를 대상으로 다이옥신 오염 여부를 조사한다.

한편 인천 부평구의원들은 이날 오전 부평 미군기지 캠프 마켓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유독성 폐기물 처리 의혹이 잇따라 제기된 캠프 마켓 내부에 대한 환경오염 조사를 정부에 촉구했다. 구의원 19명 전원은 ‘부평 미군기지 맹독성 폐기물 진상조사 인천시민대책위원회’가 지난 8일부터 벌이고 있는 캠프 마켓 앞 천막농성에 합류했다.

구의원들은 “캠프 마켓 오염에 대한 의혹이 확대돼 주민들의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며 “한국 정부와 미군은 캠프 캐럴에서 실시한 환경 조사를 캠프 마켓에서도 실시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미군은 고엽제 및 화학물질 유입 경로와 보관, 처분에 이르기까지 모든 폐기물 처리과정에 대한 자료를 공개하고 오염자 부담 원칙에 따라 환경오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캠프 마켓 내 유독물질 폐기 처리 의혹은 지난달 재미 언론인 안치용씨가 블로그에 1989년 폴리염화비페닐(PCBs) 448드럼이 한국 업자를 통해 처리됐다는 미 공병단의 보고서를 공개하면서 처음 제기됐다. 2008년과 2009년 부평구와 환경부 산하 환경관리공단(현 한국환경공단)이 관련법에 따라 실시한 캠프 마켓 주변 토양·지하수 조사에서 기준치를 크게 웃도는 중금속 성분이 검출됐다. 박경만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