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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거리의 조합원들 공장복귀 그날까지…
유성기업 30년차 ‘늙은 노동자의 단식’

등록 2011-06-29 21:53

공장이 바라다보이는 농성장에서 이틀째 단식투쟁을 벌이고 있는 이재윤(56) 유성기업 노조 비상대책위원
공장이 바라다보이는 농성장에서 이틀째 단식투쟁을 벌이고 있는 이재윤(56) 유성기업 노조 비상대책위원
농성장 지키는 이재윤 비대위원
한치 앞도 보이지 않을 만큼 장대비가 쏟아진 29일 오후, 충남 아산 유성기업 주변은 뜻밖에도 차분했다. 이날 조합원 200여명은 빗속을 뚫고 서울로 향했다. 서울시청 광장에서 회사 쪽의 직장폐쇄 철회와 조합원 일괄 복귀를 요구하기 위해서다. 조합원들이 떠난 공장 정문 앞에는 용역업체 직원 20여명이 길을 가로막고 서 있었다.

한달 넘게 조합원들이 숙식을 하고 있는 비닐집 농성장은 몇몇 조합원들만 남은 채 쓸쓸하게 비어 있었다. 이곳에서 자신을 ‘늙은 노동자’라고 일컫는 이재윤(56) 유성기업 노조 비상대책위원을 만났다. 그는 공장이 바라다보이는 농성장에서 이틀째 단식투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18일 오후 5시께 유시영 사장이 공장을 찾았더라고요. 이 시간에도 기계를 잡고 일하는 걸 보니 가슴이 뭉클하다고 몇번이나 사장이 말했습니다. 그런데 3시간 뒤에 직장폐쇄 공고문이 회사에 걸렸어요.” 이 위원은 회사 쪽의 행태가 너무도 기만적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982년 당시 경기 부천에 있던 유성기업에 입사한 이 위원은 올해로 30년째 고참 노동자다.

90년대 중반 4년간 노조 위원장을 지내기도 한 그는 “회사에서 전화나 공문을 직접 조합원들에게 보내는 식으로 계속 선별 복귀를 압박하는데다 출근투쟁이 길어지면서 조합원들도 불안감을 점점 더 느끼고 있다”며 “내 한 몸을 던져서라도 회사가 정상화되기를 바라는 절절한 마음으로 무기한 단식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30년째 다닌 회사를 못 들어가는 상황이 참으로 비통하다”며 “유 사장과 만나 솔직한 대화를 나누고 일할 수 있도록 호소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90년대 한 차례 구속된 적이 있는 이 위원은 정작 부인과 두 아들에게는 단식 사실을 알리지 못하고 있다.

유성기업은 노조 쪽은 물론 외부와 일체의 대화를 거부한 채 조합원들의 선별 복귀만을 줄곧 고집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들어 민주당 정동영·양승조 의원이 잇따라 공장을 찾았지만 사쪽은 이들과의 면담도 회피했다. 이 위원은 “고려대 출신인 유 사장 뒤에 든든한 뒷배가 있어서 경찰이나 고용노동부가 이토록 편파적으로 우리를 몰아붙이고 회사도 이 기회에 노조를 무력화시키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들 정도”라고 전했다. 그는 조합원들이 모두 공장에 복귀해 일할 수 있게 되는 날까지 단식을 멈추지 않겠다는 태도다.

글·사진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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