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 당선자들 공약실천 뒤뚱
“단체장 의지도 준비도 부족한탓”
“단체장 의지도 준비도 부족한탓”
6·2 지방선거를 보름 앞둔 지난해 5월18일. 경기도 고양에서는 고양시민사회단체 연대기구인 ‘좋은 정치 실현을 위한 고양무지개연대’(고양무지개연대)와 민주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등 5개 야당 연합후보 21명이 고양시정 10대 개혁의제, 100대 정책공약이 담긴 ‘무지개정책’ 협약식을 맺었다. 협약식에서 최성 고양시장 후보는 “고양의 범야권연대는 단순한 야권연합이 아니라 시민단체와 야권 정당이 총망라된 한국 역사상 최초의 정책연대이자 선거연합”이라며 “후보들 모두가 반드시 승리해 민주개혁진영이 책임지고 시정운영을 공동으로 실천하자”고 목청을 높였다.
‘공동지방정부’ 공약을 내건 야권 단일후보 25명이 서울·인천·경기지역에서 시장·군수·구청장에 당선됐고, 인천·강원·경남에서는 광역단체장도 거머쥐었다.
그로부터 1년, 야권 단일후보로 시민사회의 지원을 받아 당선된 김두관 경남지사는 지난해 11월 민주·민주노동·국민참여당 등 야 3당과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공동지방정부 성격의 ‘경남도 민주도정협의회’를 출범시킨 데 이어, 민주노동당 도지사 후보로 출마했던 강병기(51)씨를 정무부지사에 임명해 다양한 의견을 도정에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경남도를 뺀 대부분 지역에서는 야권과 시민사회에 실질적인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는 공동지방정부의 틀을 갖추지 못한 채 정책연대 활동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당선되면 새로운 형태의 도민 참여형 민주적 공동지방정부를 구성해 도정을 펼치겠다”던 이광재 강원지사는 뜻을 펴볼 새도 없이 7개월 만에 당선무효형을 받아 중도하차했다. 송영길 인천시장은 당선 ‘1등 공신’으로 꼽히는 인천지역 18개 시민단체의 연대조직인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한테서 지난달 19일 “측근 인사를 혁파하고 시정을 바로잡으라”는 쓴소리를 들었다.
시민사회단체와 전문가들은 공동지방정부 구성이 난항을 겪은 것은 공약 이행에 대한 ‘단체장의 소극적 태도와 준비 부족 탓’이라고 지적한다. 6·2 지방선거에서 전국 첫 야권연대를 성사시킨 고양무지개연대의 이춘열(54) 전 집행위원장은 30일 “고양시가 지방정부 공동운영의 틀을 조례에 담으려 애를 썼지만 실패한 것은 자치·참여·연대의 기초가 허약하고 경험이 얕은 까닭”이라고 진단하고, “시행착오 끝에 야 5당과 시민사회가 시정 전반에 대해 협의하는 협의체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명애 고양시민사회연대회의 대표는 “지방의원들은 주민의 시정 참여에 대해 대의제 민주주의를 해치는 것으로, 집행부는 ‘행정권 침해’로 보는 경향이 있다”며 “심지어 시민단체들조차 시정에 참여하는 방법과 형식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다르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고양시의회는 수개월 진통 끝에 지난 4월 주민 참여 조례를 제정했으나, 주민 참여 예산 등 핵심 사안이 빠져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을 샀다.
전문가들은 야당과 시민사회의 연대정신은 유효하므로 시민들이 나서서 공약 이행 점검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종구 성공회대 교수(사회학)는 “가장 중요한 것은 권력을 시민과 나누겠다는 단체장의 의지”라며 “공약 이행을 끊임없이 검증하고 견제하는 시민의 힘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고양 창원/박경만 최상원 기자 mania@hani.co.kr
고양 창원/박경만 최상원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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