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로만 추천위 꾸려 객관·공정성 의문
지원자격도 자의적…‘낙하산 원장’ 우려
지원자격도 자의적…‘낙하산 원장’ 우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아 첨단 섬유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대구 서구 중리동 한국섬유개발연구원이 원장 선임을 둘러싸고 입방아에 올랐다.
연구원은 다음달 초 임기가 끝나는 이춘식(62·전 코오롱 부사장) 원장의 후임을 뽑는 절차를 밟고 있다고 12일 밝혔다. 채용 공고를 통해 6월23일부터 지난 7일까지 응모를 받은 결과, 지원한 이 원장 등 4명을 상대로 이날 원장추천위원회가 면접을 봤다. 원장추천위는 원장 후보자 1~2명을 선임해 18일 열리는 이사회에 보고한 뒤 지식경제부에 신임 원장(임기 3년)의 승인을 요청할 예정이다.
하지만 연구원이 구성한 추천위원 8명은 모두 연구원 이사가 맡고 있다. 이사들로 이뤄진 추천위가 뽑은 원장을 또 이사회에 넘겨 다시 심의를 하는 이상한 절차를 밟고 있는 셈이다. 공기업이나 정부 출연기관 등에서 객관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대학교수나 변호사, 회계사 등 외부 인사들을 추천위원으로 위촉하는 것과는 딴판이다.
이에 대해 대구시 대표로 연구원 이사를 맡고 있는 장석구 신기술사업국장은 “다른 공기업도 다 그렇게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문제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연구원이 채용 공고 때 밝힌 원장 자격조건도 논란에 휩싸였다. 경륜과 지도력, 비전을 갖춘 전문인, 섬유 분야에 경험이 풍부한 분, 경영 능력을 갖춘 분, 리더십을 갖춘 분, 추진력을 갖춘 분 등 다섯 가지 자격조건만 갖추면 지원할 수 있도록 돼 있다. 3급 이상 공무원으로 3년 이상 재직한 자, 박사학위 소지자, 관련 분야에 몇년 이상 재직한 자 등 구체적이 자격조건이 아예 없는 것이다.
이를 두고 연구원 안팎에서는 “자격조건을 막연하게 해 놓으면 원장 채용 권한을 지닌 이사회의 재량권 범위가 넓어지고, 결국 낙하산 원장이 뽑힐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연구원 김대영 행정지원팀장은 “앞으로 자격조건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국섬유개발연구원은 직원 80여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전문연구원들이 첨단 신소재 제품과 슈퍼소재, 융합제품 등을 연구 개발하고 있다. 연간 예산은 170억원을 웃돌며, 지식경제부와 대구시, 경북도 등에서 연간 15억원의 경상경비를 지원한다. 대부분의 사업비가 국비와 지방비에서 지원되며, 이사회에서 원장이 뽑히면 지식경제부가 승인하는 사실상의 공기업이다.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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