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구주택이 밀집한 서울시내 한 동네(위쪽). 아래는 서울시가 뉴타운사업 대안으로 추진 중인 휴먼타운 사업에 따라 주거환경이 개선된 뒤 모습을 그린 그림. 서울시 제공.
서울시, 저층주택 재개발 ‘뉴타운 대안’ 내세우더니…
연남·북가좌 시범단지 예산 300억서 90억으로 ‘싹둑’
시 ‘형평성’ 거론에 주민들 “뉴타운 파문 덮기…속았다”
연남·북가좌 시범단지 예산 300억서 90억으로 ‘싹둑’
시 ‘형평성’ 거론에 주민들 “뉴타운 파문 덮기…속았다”
서울시가 지난해 아파트 신축 일변도의 갈아엎기식 뉴타운 사업의 대안으로 내놓은 휴먼타운 사업이 제대로 출발하기도 전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시가 주거환경 재단장 중심의 휴먼타운 사업 예산을 애초 주민들에게 밝혔던 규모보다 대폭 삭감하는 등 사업 규모를 축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대에 부풀었던 주민들은 “줄어든 그 돈으로 뭘 할 수 있겠느냐”고 분통을 터뜨리며 계획 변경을 요구하고 나섰다.
휴먼타운 사업은 단독·다세대 등 저층 주택지역의 단점으로 꼽히는 방범·편의시설 문제 등을 보완하고 골목길과 마을 커뮤니티를 되살리는 방식의 재개발 모델이다. 서울시 주택본부는 지난해 8월 보도자료에서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확대, 자체 방범조직 지원, 주민 복리시설 확보, 주차장·공원 등의 설치 등을 제시하고 “2020년까지 서울지역에 휴먼타운 100곳을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선 곳은 마포구 연남동 239-1 일대와 서대문구 북가좌동 330-6 일대다.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이곳을 연립·다세대주택 휴먼타운 시범사업지로 지정하기에 앞서, 지난해 8월 첫 주민설명회를 열고 주민들의 동의를 구했다. 당시 서울시 주거정비과장은 ‘지역별로 각각 150억원씩 총 3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민들로선 150억원의 막대한 예산이 지역에 들어온다는데 사업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주민 의견을 수렴한 결과 두 곳 모두 동의율 50%를 넘겼다.
하지만 서울시는 주민설명회 한 달 뒤 투자심사에서 두 곳의 사업 예산을 300억원에서 150억원으로 절반을 삭감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도 이를 주민들에게 알리는 설명회는 열지 않았다. 주민들은 예산 150억원 가운데서도 연남동 60억원, 북가좌동 30억원만 확정돼 있다는 사실이 올해 2~3월에야 뒤늦게 알려졌다고 주장하며 “서울시가 애초 주민들을 속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북가좌 휴먼타운 주민대표단의 김영주 총무는 “처음 주민설명회를 할 때는 주민이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고 했지만, 이후 1년 가까이 사업 규모나 구체적 추진계획, 유지관리 계획 등을 전혀 설명해주지 않았다”며 “뉴타운이 시끄러우니까 휴먼타운으로 정책 방향만 툭 던지고 나 몰라라 하는 게 아니냐”고 비판했다. 지난 8일 마포구 연남동 주민센터에서 서울시가 연 ‘휴먼타운 사업의 세부계획안’ 주민설명회에서도 주민들의 항의는 거셌다. 이 자리에서는 주민들에게 동의여부를 다시 물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서울시 쪽은 현재 확정된 예산액은 토지매입비 등은 뺀 금액이며, 올해 10월께 실시설계 용역 결과가 나오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으나 대규모 증액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서울시 공공관리과 관계자는 “주민들의 요구를 모두 반영하면 천문학적 예산이 드는데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 등이 있다”며 “올해 주민대표단에게 여러 차례 총예산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주거 관련 시민단체인 ‘나눔과 미래’의 이주원 사무국장은 “휴먼타운은 일방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기보다, 주민들에게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 적극적인 주민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휴먼타운 시범사업은 현재 성북구 성북동 등 단독주택지역 3곳과 동작구 흑석동 등 뉴타운 내 존치구역 3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엄지원 윤영미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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