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산사태로 매몰된 강원 춘천시 신북읍 천전리 건물 주변에서 119구조대원이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춘천/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춘천 펜션 붕괴 대학생 10명 사망
인하대생 35명중 10명 참변…관광객 3명도 숨져
중장비로 사고현장 수습 나섰지만 여전히 진흙탕
인하대생 35명중 10명 참변…관광객 3명도 숨져
중장비로 사고현장 수습 나섰지만 여전히 진흙탕
“정희야, 정희야…, 엄마 왔는데, 엄마가 왔는데….” 애끊는 모정이 무너져내린다.
27일 오후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강원도 춘천시 효자동 강원대병원 장례식장은 눈물로 젖어들었다. 전날 밤 11시40분께와 자정을 조금 넘긴 시각 춘천 신북면 천전리 38-6 일대를 휩쓴 두 차례 산사태로 인하대 발명동아리 ‘아이디어뱅크’ 소속 대학생 10명이 스러졌다. 인근 상천초등학교 어린이들을 위한 ‘발명캠프’ 자원활동을 위해 지난 25일 이곳을 찾은 이들은 첫날(26일) 봉사활동을 마치고 숙소에서 쉬다가 변을 당했다.
인하대생 6명을 포함해 희생자 8명의 빈소가 마련된 장례식장 지하 1층으로 통하는 계단에서 50대 남성이 가쁜 숨을 몰아쉰다. 응급요원 2명의 부축을 받았음에도 걸음을 옮길 때마다 몸 전체가 휘청인다. 스무살 생때같은 조카의 주검을 확인하러 가는 길, 한걸음 한걸음이 눈물이다. 입은 굳게 다문 채, 초점 잃은 눈은 허공을 노려보고 있다. 고 김유신(20)씨의 삼촌 김현수(55)씨는 “사람이 죽는 거야 어쩔 수 없다지만, 이렇게 참혹하게 죽을 수가 있느냐”며 가슴을 때렸다.
살아남은 학생들은 말이 없었다. 쏟아지는 질문에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제는 주검으로 안치된 친구를 찾아 한림대 성심병원과 강원대병원 장례식장을 오가면서도 망연한 낯빛으로 무거운 침묵을 지켰다. 속속 도착하는 유족들 앞에서 사고 당시 상황을 설명할 때는 ‘죄인’처럼 나직한 목소리로 연방 고개를 떨궜다.
참변 직전에 마실 물을 사러 나왔다가 요행히 몸을 피했다는 한 학생(21)은 “그저 멍하고, 아득하다”고 말했다. ‘4학년 졸업반’이라고만 밝힌 다른 학생은 “뭘 어째야 좋을지 모르겠다”며 눈시울만 붉혔다. 행사에 참여하지 않았다가 사고 소식을 듣고 이날 오후 춘천으로 달려온 동료 학생들을 만난 뒤에야 소리 내어 울기 시작했다.
2002년 꾸려진 인하대 ‘아이디어뱅크’는 전공 구분 없이 발명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모인 동아리로 알려졌다. 이들은 ‘대학창의발명대회’ 등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왔으며, 지난해 7월에도 한 시골분교를 찾아 3박4일 동안 발명·과학캠프를 운영했다. 전체 회원 80여명 가운데 이번 행사에 35명이 참가했다. 숨진 10명 외에도 4명이 척추 등을 다치는 중상을 입었고, 16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270㎜가 넘는 눈먼 폭우가 불러온 이날의 참사로 이들을 포함해 관광객 등 13명이 목숨을 잃었고, 24명이 다쳤다. 민박집과 펜션, 닭갈비집 등 건물 5채도 무너져내렸다.
“밤 11시40분께였다. 일행과 맥주를 한잔하고 자려고 (펜션으로) 들어왔는데, 다급히 전화벨이 울렸다. 옆 건물이 무너졌다는 전갈이었다. 나와 보니 한눈에도 심상치 않아 보이더라.”
환자복 웃옷에 흙 묻은 반바지 차림으로 현장을 지키고 있던 김동수(58·경기도 수원시 정자동)씨는 “얼른 뛰어 들어가 일행에게 알리고 밖으로 빠져나왔다”며 “지금도 가슴이 두근두근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회사동료 부부 등 5명과 함께 민박집 곁에 있는 펜션에 묵고 있었다. 문자 그대로 ‘찰나’였다. ‘우르르르릉’ 하고 땅이 울더니, ‘꽝’ 소리와 함께 삽시간에 물먹은 산자락이 펜션을 덮쳤다. 김수종(54·수원 정자동)씨는 “밖으로 나온 지 한 3초나 지났을까, 5초나 지났을까, 흙더미가 물처럼 흘러내리더라”며 “그저 맨발로 정신없이 뛰었다”고 말했다. 이들의 일행 중 황아무개(54·여)씨는 소지품을 챙기느라 제때를 맞추지 못해 흙더미에 반쯤 묻혔다가 천행으로 구조돼 치료를 받고 있다. 애꿎은 목숨들을 삼켜버린 사고 현장은 이날 오후까지도 온통 진흙펄로 바뀐 채 말이 없었다. 새벽 2시께부터 삽차(포클레인) 등 중장비를 동원해 한나절 넘게 진흙 퍼내는 작업을 했음에도, 여전히 어른 무릎 높이까지 진흙탕이다. 무시로 퍼붓는 빗줄기가 작업을 더디게 하고 있었다. 밤샘 구조작업으로 퀭한 얼굴을 한 ‘소양 119’ 소속 지종현(41) 소방교는 “처음엔 성인 키 1.5배가량이나 흘러내린 진흙이 쌓여 있었다”며 “저 진흙탕 아래가 왕복 2차선 아스팔트 도로였다는 걸 누가 알아보겠느냐”고 말했다. 주인 잃은 밥통이며, 슬리퍼 따위가 그 펄밭에 애처롭게 박혀 있다. 인하대 학생들이 숙소로 사용했던 ‘춘천민박’ 건물 2층은 바깥 간이가림막만 주저앉았을 뿐 제자리에 버티고 서 있었다. 하지만 학생들이 모여 있던 건물 1층은 무정한 흙더미가 아예 벽까지 휩쓸어 날려버렸다. 무너진 건물과 건물 사이에 홀로 멀쩡히 선 ‘일번가 막국수·닭갈비’ 건물이 처연했다. 이날 오전 일찌감치 이본수 총장 주재 비상대책회의를 연 인하대 쪽은 전 교직원이 휴가를 취소한 채 출근해 비상근무에 들어갔다. 이 총장은 “유족과 협의해 숨진 학생들의 주검을 인하대병원으로 옮겨 예우를 갖춰 학교장으로 치르기로 했다”며 “학생들의 뜻이 헛되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부모 심정으로 돕겠다”고 말했다. 춘천 인천/정인환 김영환 기자 inhwan@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미군기지 될게 뻔해! 한국 해군기지라고!
■ ‘그랜저야, 한판 붙자!’ 올뉴 에스엠7 타보니
■ ‘오세이돈’이 부른 인재…수해방지예산 90% 줄여
■ “버스서 4시간” 출근 포기…강남 일대 아파트 정전소동
■ 김태균 계약해지 “정신적 스트레스 컸다”
환자복 웃옷에 흙 묻은 반바지 차림으로 현장을 지키고 있던 김동수(58·경기도 수원시 정자동)씨는 “얼른 뛰어 들어가 일행에게 알리고 밖으로 빠져나왔다”며 “지금도 가슴이 두근두근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회사동료 부부 등 5명과 함께 민박집 곁에 있는 펜션에 묵고 있었다. 문자 그대로 ‘찰나’였다. ‘우르르르릉’ 하고 땅이 울더니, ‘꽝’ 소리와 함께 삽시간에 물먹은 산자락이 펜션을 덮쳤다. 김수종(54·수원 정자동)씨는 “밖으로 나온 지 한 3초나 지났을까, 5초나 지났을까, 흙더미가 물처럼 흘러내리더라”며 “그저 맨발로 정신없이 뛰었다”고 말했다. 이들의 일행 중 황아무개(54·여)씨는 소지품을 챙기느라 제때를 맞추지 못해 흙더미에 반쯤 묻혔다가 천행으로 구조돼 치료를 받고 있다. 애꿎은 목숨들을 삼켜버린 사고 현장은 이날 오후까지도 온통 진흙펄로 바뀐 채 말이 없었다. 새벽 2시께부터 삽차(포클레인) 등 중장비를 동원해 한나절 넘게 진흙 퍼내는 작업을 했음에도, 여전히 어른 무릎 높이까지 진흙탕이다. 무시로 퍼붓는 빗줄기가 작업을 더디게 하고 있었다. 밤샘 구조작업으로 퀭한 얼굴을 한 ‘소양 119’ 소속 지종현(41) 소방교는 “처음엔 성인 키 1.5배가량이나 흘러내린 진흙이 쌓여 있었다”며 “저 진흙탕 아래가 왕복 2차선 아스팔트 도로였다는 걸 누가 알아보겠느냐”고 말했다. 주인 잃은 밥통이며, 슬리퍼 따위가 그 펄밭에 애처롭게 박혀 있다. 인하대 학생들이 숙소로 사용했던 ‘춘천민박’ 건물 2층은 바깥 간이가림막만 주저앉았을 뿐 제자리에 버티고 서 있었다. 하지만 학생들이 모여 있던 건물 1층은 무정한 흙더미가 아예 벽까지 휩쓸어 날려버렸다. 무너진 건물과 건물 사이에 홀로 멀쩡히 선 ‘일번가 막국수·닭갈비’ 건물이 처연했다. 이날 오전 일찌감치 이본수 총장 주재 비상대책회의를 연 인하대 쪽은 전 교직원이 휴가를 취소한 채 출근해 비상근무에 들어갔다. 이 총장은 “유족과 협의해 숨진 학생들의 주검을 인하대병원으로 옮겨 예우를 갖춰 학교장으로 치르기로 했다”며 “학생들의 뜻이 헛되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부모 심정으로 돕겠다”고 말했다. 춘천 인천/정인환 김영환 기자 inhwan@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미군기지 될게 뻔해! 한국 해군기지라고!
■ ‘그랜저야, 한판 붙자!’ 올뉴 에스엠7 타보니
■ ‘오세이돈’이 부른 인재…수해방지예산 90% 줄여
■ “버스서 4시간” 출근 포기…강남 일대 아파트 정전소동
■ 김태균 계약해지 “정신적 스트레스 컸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