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관산동 벽제교 인근 공릉천 둔치의 자전거도로에 폭우로 망가진 대리석 기둥과 난관 덮개 등이 사방에 흩어져 있다.
지난달 말 준공 앞두고 구조물 유실·곳곳 흙더미 묻혀
환경훼손 반대속 강행 뒤탈…주민들 침수피해 항의도
환경훼손 반대속 강행 뒤탈…주민들 침수피해 항의도
‘자전거 천국’을 표방해온 경기도 고양시가 89억여원을 들여 만든 공릉천 자전거도로가 지난달 말 준공식을 앞두고 내린 폭우로 대리석과 콘크리트 등 인공 구조물들이 크게 유실되고 길 곳곳에 토사가 쌓여, 주민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2일 오전 고양시 덕양구 관산동 벽제교~내유동 지영교 구간 공릉천 자전거도로 3㎞를 돌아보니, 벽제교 근처에 조성한 너비 3m, 길이 15m 규모의 ‘자전거 다리’는 대리석 기둥과 난관 덮개가 사방에 흩어져 있었고, 포장용 콘크리트는 급물살에 누더기처럼 찢겨 있었다. 또 하류 쪽 내유동 일부 구간에서는 주민들이 자전거에서 내려서 걸어야 할 만큼 자전거도로에 토사가 수북이 쌓이고 흙탕물이 고여 있었다.
벽제교 근처에서 밭농사를 짓는 관산동 꽃마을 주민들은 하천을 가로지르는 자전거 다리 때문에 농경지 13만여㎡와 주택 10여가구가 침수 피해를 봤고 700여가구가 위험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관산동 주민 조동근(48)씨는 “자전거 다리 교각과 난간에 걸린 쓰레기더미 때문에 벽제교 인근의 수위가 상승하고 유속이 느려져 물이 하천으로 빠지지 못하고 농장으로 역류해 상추, 파, 고추 등 농작물이 큰 피해를 봤다”며 “비가 조금 더 내려 벽제교가 범람했더라면 꽃마을 일대 700여가구가 물에 잠길 뻔했다”고 말했다.
경기도 양주시에서 발원해 고양시를 거쳐 파주시 교하읍까지 이어지는 총길이 45.19㎞의 한강 제1지류인 공릉천은 천연기념물인 개리와 원앙, 멸종 위기종인 큰기러기 등이 떼지어 살 만큼 생태적 가치가 높은 곳이어서 환경단체들은 하천둔치의 자전거도로 조성을 반대해왔다.
고양·파주환경운동연합은 “철새들의 보금자리인 공릉천 둔치에 자전거도로를 만들면 수변공간 훼손이 불가피해지고, 콘크리트 도로와 인공 시설물이 들어설 경우 홍수 피해가 예상된다”고 지적해왔다.(<한겨레> 2009년 12월14일치 14면 참조)
고양시는 환경단체의 반대 속에 국비 10억원 등 89억4300만원을 들여 공릉천 9.2㎞ 구간에 자전거도로와 산책로를 놓는 ‘공릉천 레저 명소화 사업’을 2009년 7월 착공해, 지난달 말 준공을 앞두고 있었다.
고양시는 앞서 사전환경성 검토에서 자전거도로와 산책로의 너비를 최소화하고 제방길을 활용해 우선 설치한다고 밝혔으나, 실제 자전거도로는 5m 너비로 하천둔치에 대부분 설치됐다.
고양시 관계자는 “환경단체 요구를 반영해 되도록 제방 쪽으로 붙이고 땅을 성토한 뒤 자전거도로를 조성했다”며 “자전거 길이 일부 망가지고 저지대가 침수한 것은 공사 잘못이 아니라 폭우 탓”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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