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 고산자로에 있는 대학생 반값 하숙집 ‘해피하우스’ 1호에서 대학생 김민수(27)씨가 다른 입주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서울 성동구 제공
지역 현안 이렇게 푼다 성동구 ‘해피하우스’
대학생·저소득층은 부담 덜고
주민들도 동네 활기돌아 반겨
대학생·저소득층은 부담 덜고
주민들도 동네 활기돌아 반겨
대학생 김민수(27·한양대 3년)씨는 ‘알바’ 경력으로 둘째가라면 서럽다. 지하철 역사에서 물건을 팔거나 대형마트 축산물 코너 등에서 일하는 알바를 뛰었다. 서울로 ‘유학’해 휴학만 5년째, 주거비·생활비 마련에 치여 학업을 이어갈 수 있을지 반신반의했다.
지난 5월 이른바 ‘해피하우스’에 입주하면서 이런 일상이 바뀌기 시작했다. 해피하우스는 10년 이상 방치돼 폐가나 다름없던 빈집을 수리해 대학생과 저소득층에게 싸게 제공하는 서울 성동구의 주택사업이다.
김씨가 고시원 방값으로 월 40만원 내던 돈이 15만원으로 줄었고, 세 끼 식사와 빨래는 삼촌 같은 사감 아저씨가 도와준다. 대학 진학 이후 처음으로 학업에 전념할 수 있는 여유만 얻은 게 아니다. “고시원에선 혼자여서 우울증에라도 걸릴 것 같았지만, 요즘 둘러앉아 함께 식사하는 식구들도 생겼다”고 했다.
주민들도 이들이 반갑다. 빈집에 젊은 대학생들이 오자 동네에 활기가 도는 까닭이다. 아주머니들은 오가며 냉장고에 반찬거리를 채워주고, 꼬마들은 툭하면 뛰어와 형이나 오빠를 찾는다. 올해 5월 김씨 등 남자 대학생 9명의 ‘1호 입주’를 시작으로 성동구에는 해피하우스가 5곳 더 생겼다. 2~4호는 저소득층 가정이 ‘반값 전세’로 입주했고, 5호에는 여자 대학생 10명이 입주했다.
고재득 서울 성동구청장은 “주거난에 시달리는 대학생들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올해 안에 15호까지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발맞춰 성동구가 지역구인 김희전 서울시의원(민주당)은 해피하우스를 서울시 전역으로 확대하는 ‘행복한 집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곧 발의할 계획이다. 서울 25개 자치구마다 1000명씩, 모두 2만5000명에게 반값 임대주택 혜택을 주자는 것이다.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은 “반값 등록금이나 장기 전세주택 등 큰 규모의 복지정책은 중앙 정부의 몫이지만, 기초자치단체들도 할 일이 많다”며 “성동구 해피하우스 같은 정책이 정부의 복지정책과 결부되면 더 큰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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