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천 둔치의 콘크리트 구조물이 지난달 27일 폭우로 범람한 물살에 휩쓸려 부서진 채로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다. 경기도 광주/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현장] 경기 곤지암천 범람 10여일뒤 가보니
재활센터 여전히 마비…하수처리장 가동 불안…자전거도로는 낭떠러지
재활센터 여전히 마비…하수처리장 가동 불안…자전거도로는 낭떠러지
2006년 수해방지하천 됐지만
예산배정 부실 ‘땜질’ 정비뿐
주민 “생활밀접한 하천 방치” 지난달 27일 집중호우로 강물이 범람한 한강 지류 경안천과 곤지암천 합류지점의 삼육재활센터와 곤지암천 주변 곳곳은 2주일째인 10일에도 여전히 깊은 생채기로 얼룩져 있었다. 넘쳐흐른 물살에 장애인 1명이 휩쓸려 숨지고 지하와 1층 진료실 등이 모두 물에 잠겼던 경기도 광주시 초월읍 지월리 삼육재활센터는 진흙에 뒤범벅됐던 1층 시설만 예전 모습을 되찾았을 뿐, 여전히 제기능을 잃은 상태였다. 500여명의 장애인 환자 가운데 300여명은 아직도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바로 옆 하루 2만5000t의 생활오수를 처리하는 광주하수처리장은 침수지와 여과지가 침수돼 기능이 마비됐다가 지난 8일에야 간신히 재가동에 들어갔지만 어수선한 모습이었다. 이곳에서 8㎞쯤 떨어진 곤지암읍 새터교 인근 1152가구가 사는 ㅋ아파트 단지는 하천이 넘쳐 지하 주차장이 온통 잠겼던 터라 이날까지도 전기 공급이 끊겨 어두컴컴한 주차장에는 차를 세울 수 없었다. 엿새 동안 전기 공급이 끊겨 큰 불편을 겪었던 아파트 주민 오아무개(48·회사원)씨는 “주민 생활과 밀접한 하천을 제대로 관리할 생각은 않고 큰 강만 정비하더니 엄청난 피해를 불러왔다”며 지천 정비를 외면한 당국을 꼬집었다.
아파트 뒤 곤지암천 둔치를 따라 깔아놓은 자전거도로도 300m 넘는 구간 곳곳이 거센 물살에 휩쓸리면서 일부는 낭떠러지로 바뀌어 위태로웠다. 20년 된 길이 109m, 너비 21m의 새터교도 하천 범람 뒤 안전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강 지류인 곤지암천 범람은 홍수에 훨씬 취약한 지천의 관리를 4대강 정비보다 뒷전에 둔 결과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990년 범람해 곤지암읍을 침수시킨 곤지암천은 우기 때마다 수위가 급상승해 크고 작은 수해가 반복됐다. 이에 따라 2006년 수해 방지 대상 하천에 포함됐지만, 예산 배정이 제대로 안 돼 ‘땜질식’ 정비에 그치곤 했다. 2009~2013년 홍수 위험이 큰 2.8㎞ 구간을 정비하기로 했지만, 예산 215억원 가운데 집행되거나 확보된 예산은 53억원에 불과하다. 천문학적 예산을 쏟아부은 4대강 사업과 비교하면 지천 관리에 대한 홀대가 어느 정도인지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곤지암천 관리를 맡은 경기도는 이번 수해가 ‘천재’라고 강조한다. 2001년 2월 만든 하천기본계획을 보면 경안천과 곤지암천의 합류지점은 50년 빈도의 하루 강우량을 314.9㎜로 계산해 정비해왔는데, 지난달 27일엔 100년 빈도(366㎜/일)를 훌쩍 넘긴 398㎜가 쏟아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곤지암천 범람 현장을 조사한 환경운동연합은 “곤지암천 수해 사례는 홍수피해가 지류나 지천의 수중보 같은 물의 흐름을 막는 구조물 주변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현장을 둘러본 이상돈 중앙대 교수도 자신의 블로그에서 “곤지암천변에는 변변하게 제방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 지천은 이런 상태로 두고 멀쩡한 본류(4대강)를 파헤치느라고 수십조원을 퍼붓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가”라고 지적했다. 경기도 광주/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예산배정 부실 ‘땜질’ 정비뿐
주민 “생활밀접한 하천 방치” 지난달 27일 집중호우로 강물이 범람한 한강 지류 경안천과 곤지암천 합류지점의 삼육재활센터와 곤지암천 주변 곳곳은 2주일째인 10일에도 여전히 깊은 생채기로 얼룩져 있었다. 넘쳐흐른 물살에 장애인 1명이 휩쓸려 숨지고 지하와 1층 진료실 등이 모두 물에 잠겼던 경기도 광주시 초월읍 지월리 삼육재활센터는 진흙에 뒤범벅됐던 1층 시설만 예전 모습을 되찾았을 뿐, 여전히 제기능을 잃은 상태였다. 500여명의 장애인 환자 가운데 300여명은 아직도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바로 옆 하루 2만5000t의 생활오수를 처리하는 광주하수처리장은 침수지와 여과지가 침수돼 기능이 마비됐다가 지난 8일에야 간신히 재가동에 들어갔지만 어수선한 모습이었다. 이곳에서 8㎞쯤 떨어진 곤지암읍 새터교 인근 1152가구가 사는 ㅋ아파트 단지는 하천이 넘쳐 지하 주차장이 온통 잠겼던 터라 이날까지도 전기 공급이 끊겨 어두컴컴한 주차장에는 차를 세울 수 없었다. 엿새 동안 전기 공급이 끊겨 큰 불편을 겪었던 아파트 주민 오아무개(48·회사원)씨는 “주민 생활과 밀접한 하천을 제대로 관리할 생각은 않고 큰 강만 정비하더니 엄청난 피해를 불러왔다”며 지천 정비를 외면한 당국을 꼬집었다.
한강 지류 경안천·곤지암천 수해 지역
그러나 최근 곤지암천 범람 현장을 조사한 환경운동연합은 “곤지암천 수해 사례는 홍수피해가 지류나 지천의 수중보 같은 물의 흐름을 막는 구조물 주변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현장을 둘러본 이상돈 중앙대 교수도 자신의 블로그에서 “곤지암천변에는 변변하게 제방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 지천은 이런 상태로 두고 멀쩡한 본류(4대강)를 파헤치느라고 수십조원을 퍼붓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가”라고 지적했다. 경기도 광주/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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