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맨 왼쪽)과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맨 오른쪽)이 12일 오후 서울 목동 에스비에스(SBS) 사옥에서 ‘시사토론-무상급식 주민투표 논란’ 프로그램 녹화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오세훈 시장-곽노현 교육감 ‘무상급식 투표’ TV토론
서울지역 모든 초·중학생 무상급식 시행과 관련해 맞서온 오세훈 서울시장과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12일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를 놓고 격렬한 토론을 벌였다.
<에스비에스>(SBS)가 이날 밤 11시15분부터 90분 동안 방영한 특집 토론에는 오 시장과 곽 교육감, 그리고 무상급식 반대론 쪽의 전원책 변호사와 찬성론 쪽의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이 패널로 참여해 함께 열띤 공방을 벌였다. 이번 토론회는 지난 1일 서울시가 주민투표를 발의한 뒤 찬·반 인사가 벌인 첫 토론회다.
오 시장은 “우리 주변에 과잉복지의 망령, 포퓰리즘의 광풍이 불고 있다”며 “유권자들이 냉정하게 사탕발림에 넘어가는 유권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에 곽 교육감은 “이번 주민투표는 아이들을 경제력에 따라 절반으로 나누고 부모 우열반으로 가르자는 비정한 투표이고, 교육 문제를 이념 문제로 변질시키는 불순한 투표”라고 반박했다.
오 시장이 이날 ‘대선 불출마’ 뜻을 공표한 것을 두고 곽 교육감은 “1년 전 (6·2 지방선거 때) 오 시장은 대선 불출마를 전제로 서울시장직에 도전했다. 그런데 투표일을 15일 앞둔 시점에서 또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투표율을 올리려고 하는 거라면 주민투표법상 중립의 의무를 거스른 것”이라고 비판했다. 오 시장은 “오세훈 정치인 개인의 대권욕 때문이 아니라 주민투표가 의미 있다는 사실을 전달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주민투표 정당성에 대한 논란도 뜨거웠다. 오 시장은 “곽 교육감이 주민투표에 나쁜 투표라는 딱지를 붙여 거부운동을 하는데 구미에 맞는 이들이 서명하면 민주시민이고 가치가 다르면 관제 서명이냐”고 따졌다. 이에 곽 교육감은 “주민투표는 시민적 자발성이 뒷받침될 때만 소중한 가치가 부여되는데, 오 시장이 시민단체를 모아 서명을 부탁했고 서명의 37.6%가 무효로 판명났다”며 “심판 호루라기를 들고 한쪽 팀 주장으로 뛰는 모습”이라고 맞받았다.
앞으로의 복지 방향을 두고 오 시장은 “우리나라가 아주 잘살게 되면 소득 수준 상관없는 복지가 가능할지 모르나 지금은 아니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에 곽 교육감은 “보편적 복지는 신중해야 하고 형편껏 해야 하지만, 아이들에게 기회 균등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매우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