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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중증장애인 해변 휴양시설의 꿈
하조대 주민반대 넘어 이뤄질까

등록 2011-08-14 20:38

서울시가 지난달 중순부터 한 달 동안 강원도 양양군 현북면 기사문해수욕장에서 마련한 ‘장애인 해변캠프’에서 휠체어를 탄 중증장애인들과 그 가족들이 푸른 동해 바다를 바라보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서울시 제공
서울시가 지난달 중순부터 한 달 동안 강원도 양양군 현북면 기사문해수욕장에서 마련한 ‘장애인 해변캠프’에서 휠체어를 탄 중증장애인들과 그 가족들이 푸른 동해 바다를 바라보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서울시 제공
서울시, 지자체서 첫 추진
객실 9개…9월 첫삽 예정
주민들 “관광객 감소” 반발
“가족여행을 갈 때면 골치가 아파서 혼자 남곤 해요. 휠체어를 가져가야 할지, 숙소 구조는 어떨지, 모든 게 고민이라 불편하거든요.”

거동이 불편한 중증장애인들에게 바다 여행은 감히 상상하기도 어려운 꿈이다. 휠체어를 실으려고 큰 차량을 빌려 가까스로 바닷가에 도착해도, 백사장을 지나 바닷물에 몸을 담그기까진 또 누군가의 도움에 기대야 한다.

장애인들이 좀더 쉽게 바다에 접근해 휴가를 즐길 수 있도록 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서울시가 강원도 양양군 현북면 ‘하조대’ 해안에 지으려는 중증장애인 휴양시설 ‘희망들’ 건립 사업이 현지 주민들의 반대에 부닥쳐 난항을 겪고 있다.

서울시는 1994년부터 해마다 한 달 동안 강원도 동해안의 해수욕장에서 연평균 1만5000명이 방문하는 장애인 해변캠프를 열어왔다. 하지만 장애인들이 1년 내내 가족과 함께 찾을 수 있는 시설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2009년 국비 22억원에 시비 35억원을 들여 하조대 해변에 대지 6879㎡, 연면적 2113㎡인 3층 장애인 휴양시설을 짓기로 계획했다. 객실 9개인 작은 시설이지만 바다 접근로를 마련하는 등 장애인들이 이용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설계했다. 지난해 양양군으로부터 건축허가를 받았고, 오는 9월 첫삽을 떠 내년 상반기에 완공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휴양시설이 들어서게 될 인근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양양군 관계자는 “관광소득이 유일한 소득원인 지역 주민들이 장애인 시설이 들어서면 관광지 이미지가 실추돼 생계가 위협받을 것을 우려한다”며 “장애인을 배타적으로 바라보느냐는 눈길에 주민들도 무척 고민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주민들을 설득하려고 서울시 담당 공무원들이 여러 차례 지역을 방문해 설명회를 열었다. 장애인 휴양시설이 들어서면 오히려 지역경제에 보탬이 될 수 있다고 호소도 했다. 올여름 집중호우 피해를 본 동해안의 대부분 해수욕장은 이용객이 지난해보다 30% 가까이 줄었지만, 서울시가 장애인 해변캠프를 연 양양군 현북면 기사문해수욕장 주변 주민들은 장애인과 함께 온 탐방객들로 걱정을 덜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캠프를 운영해온 곰두리봉사협회의 이철호 사무국장은 “지난해까지 6년 동안 강원 고성에서 캠프를 열다가 올해 양양으로 옮겼는데, 고성 주민들이 처음엔 반대했지만 나중엔 좀더 머물러달라고 할 만큼 인식이 바뀌더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하조대 주변 주민들에게 마을회관 건립 같은 지원책도 내걸며 설득했지만, 아직까진 주민들의 우려와 반대를 누그러뜨리지 못한 상황이다. 서울시와 양양군은 다른 터를 알아보는 등 대안을 마련하느라 부심하고 있다.

서울시의 ‘희망들’ 건립 계획을 접한 국민권익위원회는 2009년 12월 중증장애인을 위한 휴양시설을 마련하도록 전국 16개 시·도에 권고했다. 2년 가까이 지났지만 다른 자치단체들은 장애인 휴양시설을 추진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박김영희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은 “모든 피서시설을 장애인들이 불편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접근권이 보장된다면 바람직하겠지만, 그런 수준에 이르기 전에라도 어딘가 여행을 가길 원할 때 시설 구조에 따라 불편에 대한 고민 없이 갈 수 있는 곳을 갖는 게 장애인들의 소망”이라고 말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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