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저녁 서울시청 앞 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이날 치러진 무상급식 주민투표 집계 결과 유효투표율을 밑도는 것으로 발표되자 박수를 치고 있다. 이정우 기자 woo@hani.co.kr
복지정책에 미칠 영향은
야 “보편복지가 시대요구” 구체 재원조달안 곧 발표
여 “무상복지, 민심 아니다” 선별적 실시 기조 유지뜻
여야 막론 총·대선 앞두고 정책 강화·재검토 불가피
야 “보편복지가 시대요구” 구체 재원조달안 곧 발표
여 “무상복지, 민심 아니다” 선별적 실시 기조 유지뜻
여야 막론 총·대선 앞두고 정책 강화·재검토 불가피
복지 전쟁이 시작됐다. 24일 치러진 무상급식 주민투표 결과는 한나라당의 선별적 복지론, 야권의 보편적 복지론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가늠하는 잣대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야권은 “보편적 복지가 시대적 요구”라고 의미를 부여했고, 한나라당은 “무분별한 복지 포퓰리즘을 배격하겠다”는 기존 태도를 고수했다. 내년 총선·대선을 앞두고 최대 화두로 떠오른 복지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에, 정치권이 설득력 있는 대안을 내놓기 위한 치열한 경쟁에 돌입하게 된 것이다.
야권은 공세적으로 복지 화두를 치고 나갈 태세다. 무상급식 공약을 전면에 내세웠던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야권이 승리한 데 이어, 이번 주민투표를 통해 보편적 복지가 ‘시대적 요구’임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무상급식은 민생이고 의무교육”이라며 “서울시민들이 우리 사회가 가야 할 복지사회의 길을 가르쳐 주셨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오는 29일 ‘보편적 복지 3+1(무상급식·무상보육·무상의료+반값등록금)’ 정책의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그동안 당 보편적복지특별위원회(위원장 김용익)에서 다듬어온 방안을 제시하고, 30일 의원총회를 거쳐 당론화할 계획이다. 이용섭 대변인은 “재정 건전성을 훼손하지 않고, 국민의 조세부담률을 급격히 올리지 않는 범위 안에서 3+1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재원 조달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노인·장애인 등 취약계층에 우선 시행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주거와 일자리 정책을 보편적 복지 정책의 범위에 포함시키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복지 이슈를 확실하게 선점해 정국을 주도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민주당은 8월 임시국회에서 반값등록금 관련 법안을 처리하고 당장 감세를 철회하라고 한나라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이날 주민투표 결과가 ‘무상복지=민심’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며 기존 정책을 대폭 수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김기현 대변인은 “투표함을 열어보지 못해 시민들의 뜻이 확인되지 않은 것을 두고 ‘전면 무상급식이 선택받았다’고 할 수 없다”며 “한나라당의 복지정책은 기존과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여러 여론조사에서 전면 무상급식에 대한 반대가 60% 이상이 높게 나오지 않았느냐”고 덧붙였다.
‘선별적 복지’를 정책의 뼈대로 삼고 있는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주장하는 ‘3+1’ 정책에 명확히 반대한다. 한나라당은 학교급식은 저소득층 중심으로 하고, 대학 등록금도 재정을 투입해 일괄적으로 명목 등록금을 낮추는 게 아니라 소득 수준과 연계해 차등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보육은 황우여 원내대표가 최근 0~4살 전면 무상보육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무상의료는 재정 형편상 불가능하다는 게 한나라당의 입장이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복지 확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을 수 있지만, 투표율이 20%대를 기록한 만큼 선별적 복지에 대한 여론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어느 당이든 기존 정책과 논리를 강화 또는 재검토하는 기로에 서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은 황준범 기자 jieuny@hani.co.kr
무상급식 논란서 주민투표까지 오 시장, 시의회와 대립
주민투표에 부치자 제안
보수단체 청구서명 앞장 무상급식 논란의 시발점은 지난해 6월 민선 5기 지방선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무상급식, 아동수당 등 복지 이슈가 중심이 됐던 6·2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에는 무상급식을 저소득층에 한정해 지원하겠다고 밝힌 오세훈 후보가 당선됐다. 반면 함께 치른 서울시의원·서울시교육감·구청장 선거에서는 전면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내건 민주당 쪽 후보들이 압승을 거뒀다. 무상급식을 둘러싼 첨예한 갈등은 이때 이미 예고된 셈이다. 양쪽의 갈등이 전면화한 것은 민선 5기 출범 불과 5개월 만인 지난해 12월이었다. 무상급식 지원 범위를 두고 지난해 9월부터 오시장과 서울시의회 민주당,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몇 차례 만나 협상을 했지만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결국 서울시의회는 지난해 12월1일 ‘서울시 친환경 무상급식 등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조례안은 2011년부터 서울지역 모든 초등학생, 2012년부터 모든 중학생에게 무상급식을 지원하도록 규정했다. 이에 반발한 오 시장은 이튿날 시의회와의 시정 협의 중단과 시의회 출석 거부를 선언하고 올해 6월까지 반년 넘게 시의회에 출석하지 않는 외길 행보를 거듭했다. 연일 “무상급식은 망국적 포퓰리즘”이라며 시의회를 비판하던 오 시장은 올해 1월 전면 무상급식 시행 여부를 주민투표에 부칠 것을 제안했다. 시의회 민주당과 시교육청은 “정치적 술수”라고 반발했다. 그러자 일부 보수단체가 복지포퓰리즘추방국민운동본부를 꾸려 80만여명의 서명을 받아 6월16일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를 서울시에 청구했다. 민주당 등 야5당과 시민단체들은 “13만여건에서 ‘명의 도용, 대리 서명’ 흔적이 발견됐다”며 서명부 전수조사를 촉구했다. 서울시의 자체 검증에서도 26만여건이 무효서명으로 확인됐지만, 서울시는 주민투표 발의 요건을 갖췄으니 문제없다며 주민투표 추진을 강행했다.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나쁜 투표’로 규정하고 투표 거부 운동에 나섰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무상급식 논란서 주민투표까지 오 시장, 시의회와 대립
주민투표에 부치자 제안
보수단체 청구서명 앞장 무상급식 논란의 시발점은 지난해 6월 민선 5기 지방선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무상급식, 아동수당 등 복지 이슈가 중심이 됐던 6·2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에는 무상급식을 저소득층에 한정해 지원하겠다고 밝힌 오세훈 후보가 당선됐다. 반면 함께 치른 서울시의원·서울시교육감·구청장 선거에서는 전면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내건 민주당 쪽 후보들이 압승을 거뒀다. 무상급식을 둘러싼 첨예한 갈등은 이때 이미 예고된 셈이다. 양쪽의 갈등이 전면화한 것은 민선 5기 출범 불과 5개월 만인 지난해 12월이었다. 무상급식 지원 범위를 두고 지난해 9월부터 오시장과 서울시의회 민주당,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몇 차례 만나 협상을 했지만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결국 서울시의회는 지난해 12월1일 ‘서울시 친환경 무상급식 등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조례안은 2011년부터 서울지역 모든 초등학생, 2012년부터 모든 중학생에게 무상급식을 지원하도록 규정했다. 이에 반발한 오 시장은 이튿날 시의회와의 시정 협의 중단과 시의회 출석 거부를 선언하고 올해 6월까지 반년 넘게 시의회에 출석하지 않는 외길 행보를 거듭했다. 연일 “무상급식은 망국적 포퓰리즘”이라며 시의회를 비판하던 오 시장은 올해 1월 전면 무상급식 시행 여부를 주민투표에 부칠 것을 제안했다. 시의회 민주당과 시교육청은 “정치적 술수”라고 반발했다. 그러자 일부 보수단체가 복지포퓰리즘추방국민운동본부를 꾸려 80만여명의 서명을 받아 6월16일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를 서울시에 청구했다. 민주당 등 야5당과 시민단체들은 “13만여건에서 ‘명의 도용, 대리 서명’ 흔적이 발견됐다”며 서명부 전수조사를 촉구했다. 서울시의 자체 검증에서도 26만여건이 무효서명으로 확인됐지만, 서울시는 주민투표 발의 요건을 갖췄으니 문제없다며 주민투표 추진을 강행했다.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나쁜 투표’로 규정하고 투표 거부 운동에 나섰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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