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우때 침수된 남양주 12가구
골목마다 흙탕물 살림살이
늦더위속 복구작업 안간힘
보상 합의 안돼 주민 시름
골목마다 흙탕물 살림살이
늦더위속 복구작업 안간힘
보상 합의 안돼 주민 시름
“새벽 3시에 간신히 몸만 빠져나온 뒤 한 달 넘도록 집에 못 들어가고 있습니다. 추석이 코앞인데 막막합니다.”
지난 7월27일 집중호우로 가옥 침수피해를 입었던 경기 남양주시 일패동 12가구 주민 18명이 한 달이 넘도록 집에 들어가지 못한 채 모텔과 마을회관을 전전하며 한뎃잠을 자고 있어 주변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추석을 열흘 앞둔 1일 일패동 주택침수 현장에 가보니, 집집마다 앞마당과 골목마다 흙탕물을 뒤집어쓴 가재도구가 가득 쌓여 있어 쓰레기장을 방불케 했다. 주민들은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늦더위 속에 복구작업을 하느라 구슬땀을 훔쳤다.
일패동 12가구는 인근 지방2급 하천인 일패천의 범람으로 7월27일 새벽 3~5시 담장 높이까지 침수됐으나, 긴급 대피해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주민들은 주택 침수가 자연재해라기보다는 진관리~일패동 구간 도로 확장공사 잘못으로 인한 ‘인재’라며 건설사 쪽에 피해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주민 홍진식(54)씨는 “국지도 86호선 확장 공사 시행사인 한국토지주택공사와 시공사인 대경건설이 지난 5월 마을 앞 일패천과 안곡천의 합류지점에 옛 다리를 헐고 새로 다리를 놓으면서 제방 석축을 허물어 침수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특히 석축을 없애 홍수 피해가 걱정된다며 시공사에 여러 차례 보강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묵살당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하지만 시공사 쪽은 일패동 침수는 집중호우로 인한 자연재해라고 맞서며 책임공방을 벌이고 있다. 시공사 관계자는 “서울대 산학협력단에 용역을 맡겨 침수 원인을 분석해보니, 하루 기준 500년 빈도를 초과한 강우량 때문에 50년 빈도로 설계된 일패천이 범람한 것이 주된 원인으로 드러났다”며 “안곡천 하류의 석축 제거로 인한 영향은 4.8%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조현문 현장소장은 “조사 결과 시공사 책임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인도적 차원에서 주민들의 숙식과 집 수리를 지원해주고 있다. 추석 전에 입주할 수 있도록 적극 돕겠다”고 말했다.
남양주/글·사진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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