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통령 “이전뒤 문화발전소 짓겠다” 공약 깨고
대체부지 못찾자 지하화 결정…주민들 강력 반발
대체부지 못찾자 지하화 결정…주민들 강력 반발
서울 마포구 당인동의 당인리발전소(서울화력발전소)를 옮긴 뒤 그 자리에 문화창작발전소를 만들겠다던 정부가 발전소를 옮기는 대신 지하화하기로 결정하자 지역 주민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당인리 문화창작발전소는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사업으로, 이 대통령은 당선자와 후보 시절 발전소 이전과 문화공간 조성을 약속했다.
■ 당인리발전소 이전 물거품 21일 지식경제부(지경부)와 마포구의 설명을 종합하면, 지경부는 지난 8월5일 마포구에 “발전소 이전부지 확보 티에프 운영을 종료하고 전력수급 안정과 국가 에너지 이용효율 극대화를 위하여 현 부지내 발전설비 지하화를 추진하기로 결정했다”고 통보했다. 지경부와 마포구 등은 2008년 티에프를 구성하고 함께 이전부지 확보 방안을 논의해왔다.
문화창작발전소는 지난 2007년 9월 이명박 당시 대통령 후보자의 100대 국정 과제 중 하나였고 당선자 신분이었던 그해 12월 이 대통령은 “철거부지를 매입해 문화창작발전소를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문화창작발전소 사업은 오는 2012년 당인리발전소의 남은 두 발전기의 수명이 다하면 발전소를 옮기고 그 자리에다 화력발전소를 현대미술관으로 다시 꾸민 영국 런던의 ‘테이트모던’ 같은 문화시설을 만든다는 것이다.
1930년 세워진 당인리발전소는 발전기 5기로 1980년대까지 38만7500㎾의 전기를 생산했다. 무연탄을 사용하는 1~3호가 철거된 뒤에는 액화천연가스(LNG)를 때는 열병합 방식의 4·5호기가 마포, 여의도 등 6만가구에 난방열을 공급한다. 그러나 서울 북부지역의 긴급 전기수요에 대비하기 위해 발전소를 아예 없앨 수도 없다.
■ 주민과 사전협의도 없이! 마포구와 주민들은 지난 80여년 동안 대기 오염, 고도제한 등의 피해를 들어 발전소 이전을 꾸준히 주장했으나 한국중부발전 쪽은 지하화를 주장해왔다.
지경부는 이와 관련해 지난 2008년 “대규모 발전소를 지하화한 사례가 없다”며 이전 입장이었으나 이번에 지하화로 최종 입장을 바꿨다. 지경부 전력산업과 이봉순 시설사무관은 “고양시에 대체터를 마련하려 했으나 불가 입장을 통보받았다”며 “2014년까지 발전소를 지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새 부지를 정해 공사할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당인리발전소 지하화 소식을 접한 주민들은 이날 당인리발전소 앞에서 발전소 지하화 반대 집회를 여는 등 크게 반발했다. 주민대책위원회인 ‘당인 문화·환경 지킴이’ 이봉수 위원장은 “정부가 주민과의 사전 협의도 없이 손바닥 뒤집듯 약속을 뒤집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한강변에 30m 깊이의 발전소를 만들면 가스폭발로 인한 대형사고 가능성 등 안전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계획 재검토를 촉구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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