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 “문화재청이 감독 위임…도 뭐했나” 추궁
청동기시대 이후의 유구(遺構·옛 토목건축의 구조와 양식을 보여주는 자취) 등 문화재 흔적이 나오고 있는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 해군기지 사업장에 지난 2일 해군이 울타리를 설치하면서 문화재 발굴조사단을 입회시키지 않은 것은 ‘불법’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제주해군기지 기본협약서(MOU) 이중 체결의 진상 규명을 위한 행정사무조사를 벌이고 있는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 위성곤)는 26일 한동주 제주도 문화스포츠국장 등 증인 4명과 참고인 2명을 도의회에 출석시켜 문화재 발굴조사와 관련된 문제를 따졌다.
위 위원장이 이날 공개한 문화재청이 서귀포시에 보낸 공문을 보면, “펜스 설치 때 반드시 조사단의 입회 및 자문을 받도록 하고 있다”며 “유적에 영향을 줄 우려가 있을 때는 문화재청과 협의하도록 발굴단과 사업 시행자에게 조처했다”고 돼 있다.
위 위원장은 “문화재청이 제주도(서귀포시)에 현장·지도 감독업무를 위임한 것인데도 제주도는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며 “공문에는 ‘반드시’라고 명시하고 있는데, 해군이 제대로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면 고발해야 할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윤춘광 도의원은 “해군이 제대로 연락을 하고 문화재 발굴조사단이 입회한 뒤 펜스를 쳐야 하는데 불법적으로 펜스를 쳤다”며 “제주도에서는 어떤 조처를 했느냐”고 따졌다.
이에 한 국장은 “제주도에 위임된 부분은 전반적인 게 아니라, 건설공사 2000㎡ 이하의 지역에 대해서만 위임을 받는다”며 “그 이상의 공사에 해당하는 것은 제주도에 위임된 사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참고인으로 도의회에 나온 권상열 국립제주박물관장은 “유적 훼손 행위가 예상되면 발굴조사단이 입회하든지 보전대책이 수반돼야 한다고 본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다른 참고인인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지난 2일 해군의 펜스 설치는 불법적으로 이뤄진 것”이라며 “발굴단이 없는 상태에서 펜스 설치가 이뤄졌고, 그 뒤에 이 사실을 알았다면 펜스 철거를 요구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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