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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학적 범행에 방청석 탄식…검찰, 15년 구형

등록 2011-10-21 19:06수정 2011-10-21 19:23

주한미군 2사단 ㅋ(21) 이병이 21일 오전 경기도 의정부시 가능동 의정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서 10대 여학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 15년을 구형받은 뒤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법정을 나오고 있다. 의정부/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주한미군 2사단 ㅋ(21) 이병이 21일 오전 경기도 의정부시 가능동 의정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서 10대 여학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 15년을 구형받은 뒤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법정을 나오고 있다. 의정부/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현장 ‘동두천 10대 여학생 성폭행 미군’ 첫 공판
피고인 “사형 받아도 마땅하다” 고개 떨궈
시민단체 강력처벌 촉구…“선고 지켜볼 것”
지난달 경기도 동두천시에서 10대 여학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기속된 주한미군 병사에게 징역 15년이 구형됐다.

21일 오전 10시50분께 의정부지방법원 형사합의11부(재판장 박인식)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검찰은 주한미군 2사단 ㅋ(21) 이병에게 중형을 구형하고, 신상정보 공개와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재판부에 요청했다. 의정부지방검찰청 형사5부(부장 이광진)는 “ㅋ 이병이 술에 취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하지만,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않고 비좁고 경사가 심한 비상계단을 통해 4층에 올라간 점 등을 미뤄 만취 상태였다고 보기 어렵다”며 “어린 학생을 대상으로 가학적·변태적이고 극악한 범죄행위를 저질러 동정의 여지가 없다”고 중형 구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심리에 앞서 “피고인이 미국인이지만 내국인과 차이를 두지 않고 한국법에 의해 공정하게 재판하겠다”며 “성범죄는 미국에서 중요하게 다루지만 한국에서도 엄중하게 처벌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이 피고인 ㅋ 이병의 범행 장면을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묘사한 공소사실을 읽어 내려가는 동안, 방청권을 받아 법정을 가득 메운 60여명의 방청객들의 탄식이 잇따랐다. 특히 ‘장래 희망이 심리학자’라고 ㅋ 이병이 답변하자, 곳곳에서 “개××”라는 욕설이 튀어나왔다.

연한 카키색 죄수복을 입은 ㅋ 이병은 검찰이 제기한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면서 긴장된 표정으로 “용서받을 수 없는 행동을 저질렀다. 내가 저지른 행동은 사형을 받아도 마땅하다”며 고개를 떨궜다. 그는 “어린 학생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것을 깊이 반성한다”고 여러 차례 반복했다. ㅋ 이병의 변호인은 “정신을 잃을 정도는 아니지만 공복에 술을 많이 마셔 심신미약 상태에서 저지른 우발적 범행”이라며 “겨우 21살이고 초범인 점을 고려해 형기를 마치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수 있도록 선처해달라”고 밝혔다.

40분 남짓 진행된 이날 재판을 지켜본 윤희숙 한국청년연대 공동대표는 “국민의 분노를 누그러뜨리려고 구형량을 높였을 수 있다. 법원의 선고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선고 공판은 11월1일 오전 9시50분 의정부지법 1호 법정에서 열린다.

ㅋ 이병은 지난달 24일 새벽 4시께 술을 마신 상태에서 동두천시내 한 고시텔에 들어가 ㄱ(16)양을 흉기로 위협해 여러 차례 성폭행과 가혹행위를 한 뒤 5000원을 빼앗아 달아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ㄱ양은 현재 병원에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여성연대, 민주노동당 등 시민사회단체와 진보정당들은 이날 재판 직전 의정부지법 앞에서 집회를 열어 ㅋ 이병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고, 불평등한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소파) 즉각 개정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사과, 미군의 야간 통행금지 계속 시행 등을 요구했다.


의정부/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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