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아공원 임시안치 신세
시의회는 조례 상정 않고
시 “내년에도 쓸돈 없다”
시의회는 조례 상정 않고
시 “내년에도 쓸돈 없다”
한국전쟁 때 경기 고양시 금정굴에서 집단 희생된 민간인 153명의 유해 안치와 역사평화공원 조성사업이 고양시와 고양시 의회의 소극적 태도로 5년째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같은 시기 경남 산청·함양과 거창 등에서 무고하게 학살당한 민간인들을 위한 추모공원이 잇따라 조성된 것과는 대조를 보이고 있다.
17일 고양시 등의 말을 종합하면, 고양시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내년도에 금정굴 희생자를 위한 평화공원 조성사업을 위한 예산안을 편성하지 않았고, 고양 시의회는 오는 21일부터 열리는 정례회에 ‘고양시 전쟁희생자를 위한 고양역사평화공원 조성 및 지원 등에 관한 조례’(고양역사평화공원조례)를 상정하지 않을 계획으로 확인됐다.
‘고양역사평화공원조례’는 지난 4월 등 2차례 시의회에서 잇따라 계류된데 이어, 지난달 14일 본회의 상정을 위한 상임위원회 투표 결과 한나라당 의원들의 반대로 부결된 바 있다.
조례안을 발의한 왕성옥 시의원은 “부결된 조례안 수정을 미처하지 못한 상태이며 다음 회기때 다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1995년 유족들에 의해 발굴돼 서울대병원 창고에 16년동안 보관돼온 금정굴 유해는 지난 9월 고양시로 돌아와 청아공원에 2년째 임시로 안치된 상태다.
고양지역 32개 시민단체로 꾸려진 ‘고양시민사회연대회의’는 이날 성명을 내고 “불법으로 비무장 민간인을 집단 처형한 것은 반인륜적 범죄행위”라며 “고양시는 진실·화해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희생자 위령사업, 유해안치 등을 즉각 시행하라”고 촉구했다.
고양시 관계자는 “시 재정상태가 열악해 내년 예산에 넣기는 무리”라며 ”관련 조례가 부결돼 예산 편성도 보류했다”고 밝혔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지난 2007년 6월 한국전쟁 희생자 영혼을 위로하는 평화공원 조성 등의 위령사업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권고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한국전쟁 시기 민간인이 집단 희생된 경남 거창과 산청·함양을 비롯해 충북 영동군 노근리, 제주 등 4곳에서는 평화·추모공원이 이미 조성돼 역사·평화교육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박경만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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