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고오환 의장 불신임뒤 “이유없다” 사퇴 거부
시 의회는 한나라당 의장 선출…예산안 차질 등 우려
시 의회는 한나라당 의장 선출…예산안 차질 등 우려
1년4개월여 동안 한나라당과 무소속 의원들이 갈등을 빚고 있는 경북 문경시의회는 의장이 둘이다.
문경시의회는 지난 15일 임시회의를 열어 고오환(69·무소속) 의장 불신임안을 가결했다. 전체 의원 10명 가운데 6명이 불신임안에 찬성했다. 시의회는 16일에도 긴급회의를 열고 후임에 안광일(50·한나라당) 의원을 선출했다. 한나라당 4명, 미래연합 1명, 무소속 5명으로 이뤄져 있으나 불신임안과 신임 의장 선출에 무소속 의원 2명이 한나라당 편을 들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고 의장이 청렴의무를 위반하고 동료 의원을 비난해 불신임안을 통과시켰다”고 밝혔다. 이에 맞서 고 의장은 “법률적으로 불신임을 당할 이유가 없어 결코 승복할 수 없다”며 “불신임안 가결 무효 및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률적인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방자치법 제55조에는 법령 위반이나 정당한 사유 없이 직무를 수행하지 않을 경우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장을 불신임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고 의장은 불신임 뒤에도 의장 전용차량과 의장실 등을 여전히 사용하고 있으며, 업무 인수인계를 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17일 문경시 동로면에서 열린 주민축제에도 참석해 축사를 했다. 이에 맞서 안 의장은 “법 절차에 따라 불신임안을 처리한 뒤 신임 의장을 선출했다”며 “하루빨리 업무를 인수인계하라”고 거세게 요구하고 있다.
18일 문경시 점촌읍에서 열리는 사회단체 행사와 봉화에서 열리는 경북북부지역 의장협의회에 두 의장이 모두 참석할 것으로 알려져 충돌이 우려된다. 다음달 2일부터는 정기회의를 열어 내년 예산안을 심의할 예정이지만 의장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회의가 열리지 못할 수도 있다.
이들의 갈등은 지난해 6월 지방선거가 끝나면서 바로 시작됐다. 당시 의장 선거 때는 무소속 의원 1명이 한나라당을 밀어 무소속인 고 의원과 한나라당 탁대학(61) 의원이 동수를 이뤘으나 규정에 따라 나이가 많은 고 의원이 당선됐다.
최근에는 무소속인 신현국 시장이 추진하고 있는 영상문화관광 복합단지 사업을 놓고, 찬성하는 고 의장을 포함한 무소속 의원들과 반대하는 한나라당 의원들 사이에 본격적인 싸움이 붙었다. 겉으로는 문경새재 입구에 세우느냐, 중간쯤에 세우느냐를 놓고 갈라져 있지만 감정싸움의 성격이 짙다.
이 과정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은 “고 의장이 동료 의원을 비난하고, 찻사발축제 때 도자기 100점을 받아 챙겼다”고 주장했으며, 고 의장은 “도자기를 받았지만 행사에 참석한 손님들에게 모두 나눠줬다”고 맞서며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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