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문화예술의 전당의 박세용 무대감독(오른쪽)이 무용 공연을 하루 앞둔 지난 23일, 무대진행팀 직원 김태근씨와 함께 무대 배경 패널을 설치할 위치를 상의하고 있다.
대전문화예술의전당 세팅팀
“관객 행복이 공연준비하는 힘”
“관객 행복이 공연준비하는 힘”
“기계팀, 11번 배턴 내려주세요. 고리하고 걸개레일 달아주세요.”
지난 23일 오후 대전 서구 둔산대로 ‘대전 문화예술의 전당’ 아트홀, 박세용 무대감독이 무전을 하자 5~6층 높이 천정에 매달려 있던 배턴(길이 30m가량의 기다란 철제 구조물)이 ‘위~잉’ 하며 경쾌하게 내려오더니 무대 위 1.5m 지점에 멈췄다. 이 배턴에 10m 길이의 레일 3개가 달리고 레일에는 바퀴 달린 고리들이 달렸다. 고리에 천이 달리면, 무대 커튼이 된다. 24~25일 막을 올린 안은미 무용단의 ‘심포카 바리공주-이승편’ 공연을 준비하는 무대 작업이었다. 이어 25번, 29번 조명 배턴이 내려오자 조명팀 손길이 바빠졌다.
박 감독과 무용단 쪽 이주현 무대감독이 머리판과 다리판을 어떻게 설치할지 상의했다. 이 판들은 관객들이 무대를 볼 때 텔레비전 화면을 보는 것처럼 입체적인 느낌을 주고, 무대와 그 외 공간을 나누는 구실을 한다. 이 감독은 “공연장마다 크기와 시설이 달라 세팅하기가 쉽지 않은데, 이곳은 스태프들의 실력이 짱짱하고 시설도 우수해 만족한다”며 흡족해 했다.
대전 문화예술의 전당의 스태프진으로 박 감독의 무대진행팀을 비롯해 조명팀(팀장 정훈), 기계팀(팀장 김원길), 음향팀(팀장 성재환) 등 16명이 일한다. 아트홀과 앙상블홀 2개 극장에서 연간 390여차례 공연을 하니 날마다 세팅과 공연이 반복된다. 이들의 평균 퇴근 시간은 밤 10시다.
박 감독은 클라리넷 독주자로 활동하다 대학원에서 음향을 공부하고 녹음실 등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다. 모두가 만족하는 공연을 위해서는 음악과 음향, 공연을 아는 이가 극장에 필요하다는 생각에서였다. 뮤지컬이나 오페라를 공연하면, 무대감독은 무대 뒤에서 지휘자와 같은 총보를 보면서 스태프들에게 무전으로 지시하며 공연을 이끈다.
스태프들도 가끔 무대에 선다. 공연에 맞춰 무대 위 소품을 움직여야 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몇 해 전 오페라 ‘아이다’ 공연에서 이집트 병사 역으로 데뷔했다는 김태근(무대진행팀)씨는 “음악과 주연들의 연기에 맞춰 소품을 움직이려고 무대에 올랐는데 무척 떨렸다”고 회고했다.
박 감독은 “긴장하다 보니, 공연이 끝나고 극장 문을 잠근 뒤에야 연기자들에게 쏟아지던 박수소리를 환청처럼 듣는다”며 “관객과 연주자들의 행복이 새 공연을 준비하는 힘”이라고 말했다.
대전/글·사진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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