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월 한국인 여성과 결혼
고향서 결혼사증 못 받아와
강제퇴거명령 받고 내쫓겨
고향서 결혼사증 못 받아와
강제퇴거명령 받고 내쫓겨
한국인 여성과 결혼한 한 30대 외국인노동자가 국내 체류 허가를 못 받아 아내를 남겨둔 채 본국인 파키스탄으로 내쫓겨 주변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22살 때인 2000년 9월 산업연수생으로 한국에 입국한 파키스탄인 칸(가명·33)이 이아무개(48)씨를 만나 사귀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6월이다. 2005년 비자가 끝나고 불법체류 상태로 경기 파주 등의 목장에서 일하던 칸과 이씨는 올해 2월 결혼식과 함께 주한 파키스탄 대사관 등에 혼인신고를 마치고 정식 부부가 됐다.
파주 문산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한 칸은 3월8일 거주(F-2) 자격으로 체류자격 변경을 신청했다. 하지만 양주출입국관리사무소는 결혼사증을 내주지 않았다. 법무부가 하루 앞선 7일 ‘단기·불법체류 외국인은 출국해 국적국의 재외공관에서 결혼사증을 받아와야 한다’며 체류관리지침을 바꿨기 때문이다.
칸은 고향으로 돌아가기가 두려웠다. 불법체류자가 된 것도 고향인 파키스탄 카라치에서 2004년 이후 폭탄테러가 자주 발생해 한달에 수백명이 목숨을 잃는 등 신변의 안전을 염려한 가족들의 만류 때문이었다.
고민 끝에 칸은 양주출입국관리사무소를 상대로 법원에 체류기간 연장 등 불허결정 취소 소송을 냈으나 정부는 불법체류 벌금 2000만원을 부과하고 칸을 화성외국인보호소에 가둔 뒤 강제퇴거명령을 내렸다. 이에 칸은 강제퇴거명령 취소 소송을 냈으나 지난 22일 의정부지법은 그에게 벌금 500만원과 강제퇴거명령을 내렸다. 지난 29일 아내를 두고 떠난 칸이 결혼비자를 받아 한국에 재입국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칸의 신원보증인인 김은식(41)씨는 “해마다 수만쌍의 내·외국인이 결혼하는 현실에서, 법무부의 체류관리지침은 내국인의 인권 차원에서도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도 불법체류 외국인이라 하더라도 혼인 등 변화가 발생하면 국내에서 체류자격을 바꾸는 조처를 취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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