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홍콩, 타이, 싱가포르에서 온 학생들이 명동성당을 답사하고 있다. 서울시립대 제공
아시아건축워크숍 참가자 개성 살린 리모델링 시도
“건물 앞면은 화려한데 뒷면을 보니 우중충한 모습이 참 다르네요. 임시건물에 색칠을 해놓은 테마파크 같은 느낌도 들어요.” 16일 오전 서울 명동. 싱가포르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있는 탄 수이(21)는 명동을 둘러본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방콕 어섬션대 건축학과를 막 졸업한 너티(23)도 “명동은 번화한 상업중심지일 뿐 아니라 명동성당 같은 고딕 분위기와 건물개축을 막 끝낸 금속성 건물이 뒤섞여 있어 혼잡한 느낌을 준다”고 평했다. 이들은 서울시립대학이 홍콩대·방콕 어섬션대·싱가폴대와 공동기획한 ‘제1회 아시아건축도시연합(ACAU) 국제워크숍’에 참가한 학생들이다. 올해 처음 열린 ‘아카우’는 명동을 주제로 직접 현지 조사와 관찰·분석을 거친 뒤 아시아 대도시가 공통으로 직면한 문제점들을 개선하는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25일까지 명동 조사와 공간 분석, 가로와 건축물 설계 등을 마친 뒤 설계작품을 전시한다. 왜 명동일까? 이번 행사의 코디네이터인 김성홍 교수(시립대학교 건축학부)는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이 만든 명동은 식민지와 압축 성장기의 경험이 묻어있는 곳으로 대부분의 아시아 도시들이 직면한 문제점을 잘 보여준다. 또한 명동은 최근 새로운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어 주목되는 곳”이라고 설명한다. 명동은 가게 두평짜리 구멍가게조차 월세 100만원을 낼 만큼 우리나라에서 가장 땅값이 비싼 곳 중 하나다. 그러나 그만큼 상권이 활발하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최근 길 건너 백화점들이 명품관 개장, 개축작업 등을 마무리짓고 있는 데다 퇴계로쪽 간선도로 옆에도 초대형 쇼핑센터들이 들어서 정작 명동 안쪽의 쇼핑몰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서울시는 2000년 남대문로, 북창동과 함께 명동을 관광특구로 지정했으나 아직 이렇다할 변화는 없다. 건물 70% 이상이 30년 된 낡은 건물이지만 대부분 필지가 너무 작아 증·개축이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명동은 예전의 명성을 되찾을 기회를 맞고 있기도 하다. 청계천 복원과 함께 삼일로 고가가 철거됐으며 2007년엔 옛 국립극장이 복원된다. 명동성당쪽도 성당 일대를 리모델링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어 문화적인 활기가 되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가 꿈틀대고 있다. 서울시 또한 명동 지역을 활성화하기 위해 지구단위계획 수립 용역을 진행 중이다. 싱가포르대 대학원에서 도시계획을 전공한 유학생 박종희(33)씨는 “오랜만에 명동에 오니 거리가 청결하고 건축정비가 잘된 싱가포르와는 또 다른 매력이 새삼 느껴진다”며 “식민 경험·문화살롱의 번성 등 시간이 중첩된 지점들을 잘 살려 나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유주현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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