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청 농가 89%중 52%만 입식
2010년 말~2011년 초 발생한 구제역 여파로 가축을 모두 잃은 경기도 한우농가 가운데 절반가량이 치솟는 사료 값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 한우값 폭락 여파로 가축을 다시 들여와 기르기(재입식)를 늦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경기도의 구제역 살처분 농가 재입식 현황을 보면, 재입식 대상 한·육우 농가 569곳 가운데 89.3%인 508곳이 재입식을 신청했지만 51.5%인 293곳만 입식을 마쳤다. 시·군별로는 43농가 중 5곳만 입식한 포천시와, 84농가 중 33곳(39%)이 입식한 파주시 등이 재입식률이 낮았다.
한우의 재입식률은 325농가 중 238곳(73.2%)이 재입식한 젖소 농가보다 크게 낮았고, 모돈(번식에 이용되는 어미 돼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돼지농가(55.9%)에도 못미쳤다.
경기도 축산과 관계자는 “지난해 3월말부터 재입식이 시작됐지만 한·육우 값이 폭락해 농민들이 재입식 시점을 늦추며 지켜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재입식을 마친 농가나 구제역을 피한 농가들도 한우값 파동을 우려하며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지난해 초 구제역으로 한우 250마리를 잃고 지난해 7월 이후 200마리를 재입식한 고양시 농민 유완식(52)씨는 “평생 해오던 업이라 재입식했지만 사료값은 30% 오른 반면 한우값은 떨어져 많이 힘들다”며 “이대로 가면 1등급 이하 한우를 출하할 경우 마리당 200만원의 적자가 예상된다”고 걱정했다.
연천군 백학면에서 40년째 한우를 키우고 있는 명인구(59)씨는 한우값 폭락사태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고 사육 마릿수를 오히려 늘리고 있다. 유용미생물(EM)을 이용한 구제역 극복으로 화제를 모았던(<한겨레> 2011년 1월17일치 2면) 명씨는 1년 전 150마리에서 매달 20~30마리씩 늘려 현재 한우 300여마리를 키우고 있다. 명씨는 “출산하지 않은 암소 고기를 특화시켜 수입 쇠고기와 품질로 경쟁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는 이날 학교급식에 지난해보다 24% 늘린 1860t의 한우고기를 공급하기로 하고, 한우고기를 구매하는 학교에 지원하는 차액보전금 규모를 지난해 96억원에서 올해 119억원으로 23억원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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