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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쇠박새·직박구리 ‘합창’…도심을 깨운다

등록 2012-01-15 21:38

주변이 고층 아파트 숲으로 둘러싸인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중산동 고봉산 습지에서 13일 안곡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새 먹이를 주며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물 등 새들을 관찰하고 있다.
주변이 고층 아파트 숲으로 둘러싸인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중산동 고봉산 습지에서 13일 안곡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새 먹이를 주며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물 등 새들을 관찰하고 있다.
고양 고봉산 습지 가보니
매·말똥가리·새홀리기…멸종위기 6종 등 서식
들깨·좁쌀 들고 삼삼오오 아이들 ‘탐조나들이’ 부산
택지개발 훼손위기 딛고 생태학습장 명소 발돋움
왁자지껄 떠들며 걸어가던 한 무리 아이들이 공원 어귀에서 발걸음을 멈추자, 정적이 흐르는 숲에서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아이들이 해바라기씨, 들깨, 좁쌀, 쇠기름 따위를 먹이통에 넣어주니, 쇠박새, 박새 10여마리와 곤줄박이 3마리가 기다렸다는 듯 찾아들었다. 샘물이 솟아 한겨울에도 얼지 않는 작은 개울에선 직박구리 2마리가 다이빙을 하고, 오색딱따구리는 고목을 쪼고 있었다.

하마터면 아파트단지가 될 뻔했던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중산동 고봉산 자락 ‘안곡습지’가 온갖 새들이 깃들고 주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안식처이자 아이들의 생태학습장으로 바뀌었다.

고층 아파트숲으로 둘러싸인 2만4341㎡ 규모 안곡습지에 매·말똥가리·새홀리기 등 멸종위기종 6종과 재두루미·소쩍새 같은 천연기념물 8종, 흰꼬리딱새 등 희귀종의 새들이 서식하는 것을 지난해 김석민(41) 안곡초등학교 교사가 확인했다. 인천야생조류연구회 이사이기도 한 김 교사는 지난해 3~12월 날마다 이곳을 찾아 먹이를 주며 텃새 27종, 여름철새 23종, 겨울철새 19종, 나그네새 12종 등 모두 81종의 조류 목록을 최근 작성했다.

새들의 보금자리가 되기까진 굴곡이 격심했다. 1999년 12월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이곳을 일산2지구 택지개발지구로 지정하고 개발할 계획이었다. 시민단체와 주민들은 천막농성을 벌이고 ‘땅 한 뼘 사기 시민운동’ 등을 펼치며 6년 동안 온몸으로 개발을 막아냈다. 마침내 2006년 고봉산 습지의 보존이 확정됐고 2008년부터 생태습지공원으로 꾸며졌다.

고양(고봉산+덕양산)과 일산(고봉산→큰산→한산→일산)이란 지명이 고봉산에서 유래할 만큼, 고봉산은 97만 인구의 고양시를 상징하는 산이다.

최근엔 ‘고봉산 둘레길’도 만들어져 시민들의 발길을 당기고 있다. 인근 중산동 주민 변혜민(53)씨는 “고봉산은 새도시 주민들에게 허파와 같은 산”이라며 “택지로 개발되지 않고 이나마 보존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당시 보존운동을 펼쳤던 시민단체 활동가와 환경전문가들은 지금 같은 인위적인 공원 조성 방식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옥광주(47) 고양녹색소비자연대 이사는 “고봉산은 10여년 전까지 반딧불이를 볼 수 있을 만큼 원시자연이 잘 보존된 상태였는데 주변의 택지개발로 자취를 감췄다”며 “갈대나 부들, 잔디 등을 걷어내고 원래 있었던 무논과 밭, 습지로 복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숙 고양시의회 의원도 “새들 탐조를 쉽게 할 수 있으려면 인공적인 전망대나 관찰데크를 설치하는 대신에 미로 형태로 관목을 심는 것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운용 고양시 공원관리과장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용해 생태학습장으로 잘 활용되도록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고양/글·사진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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