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성미산마을 주민들이 가볍게 접을 수 있는 주머니 형태로 만들어진 주머니텃밭을 만들기 위해 고추, 상추 등 채소 모종들을 분양하고 있다. 성미산을 지키는 사람들 제공
서울 마을만들기 실험
시민단체, 주민네트워크에 주력
시 ‘마을 지원조례’ 제정 추진
시민단체, 주민네트워크에 주력
시 ‘마을 지원조례’ 제정 추진
‘아이를 함께 키우고 어르신을 함께 돌보는 동네.’ 박원순 서울시장이 그리는 서울의 미래다. 취임 전부터 “서울을 고향 같은 곳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해온 박 시장의 마을공동체 구상은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성미산마을을 모델로 염두에 둔 것이다.
1994년 20여가구가 모여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만들면서 시작된 성미산마을엔 초·중등 대안학교인 성미산학교, 유기농산물을 거래하는 생활협동조합, 유기농 식당이 차례로 들어섰다. 단순한 문화공연장을 넘어 주민들이 직접 무대에 서고 회의도 하는 ‘커뮤니티 시어터’ 성미산마을극장도 생겼다. 그렇게 400가구 1000여명의 주민이 공동 출자해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되는 마을공동체가 태어났다.
이웃 없는 서울 하늘 아래, 이웃을 만들어가는 마을 만들기 실험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흐름은 두 갈래다. 관 주도의 시범사업과 지역 풀뿌리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한 자발적 기획들이다.
서울시는 2008년 무분별한 개발로 사라져가는 저층 주택지를 보존하기 위해 강동구 암사동, 성북구 성북동 등 4곳을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 시범사업지로 정해 골목길 환경정비, 담장 허물기 등을 추진했다. 전문가와 민간 단체들이 함께 벌인 이 사업의 특징은 계획수립 과정에 주민들이 참여한 점이다. 그러나 한 도시개발 전문가는 “지구별로 수십억원을 투입했지만 주민 사이의 호혜적 관계 없이 하드웨어만 가꿔 지속성이 떨어진다”는 견해를 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려고 일부 풀뿌리 지역단체들은 임대아파트 단지, 저층 주택지 등에서 주민간 네트워크를 만드는 데 중점을 두고 마을 만들기 사업에 나섰다. 1994년 첫발을 내디딘 ‘걷고 싶은 도시 만들기 시민연대’는 자투리땅을 ‘한 평 공원’으로 가꿔 주민들이 한데 어울릴 수 있도록 했다. 이 단체 김은희 사무국장은 “주민들이 함께 공원을 설계하고 가꿔가는 과정에서 자발성을 키울 뿐 아니라 지속적인 관계망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이 사업의 의미를 설명했다.
박 시장은 이처럼 곳곳에서 펼쳐지는 자생적 마을 만들기 움직임을 한데로 모으기 위해 지난 1일 조직 개편을 통해 마을 만들기 지원 업무를 전담하는 마을공동체담당관을 신설했다. 이 담당관은 마을 주민들이 ‘당사자주의’에 바탕해 만들어가는 합의 과정에, 제도적·재정적 지원을 제공하는 구실을 맡게 된다. 시는 7월까지 ‘서울시 희망마을 지원 조례’(가칭) 제정을 추진하는 등 마을 만들기 사업의 안정적인 발전 토대를 마련할 계획이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