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역점 시책인 한강예술섬 조성 사업을 위해 사들인 용산구 이촌동 노들섬 터에 오페라하우스 대신 시민에게 개방된 농장을 만드는 방안을 추진한다.
한강예술섬 계획은 2014년까지 6735억원을 들여 오페라극장(1751석)과 콘서트홀(2100석) 등을 조성하는 것으로,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일 때 확정해 오세훈 전 시장이 더욱 확대했다. 주변 교통망 정비까지 더하면 1조원이 드는 대규모 전시성 사업이란 지적을 받아왔다.
서울시는 6일 한강예술섬 터 6만818㎡ 가운데, 테니스장으로 써온 한강대교 서쪽 2만여㎡를 도시농업공원으로 조성해 오는 5월부터 시민들이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최광빈 서울시 공원녹지국장은 “노들섬은 강남·북의 중간에 있어서 접근성이 좋고 서울의 도시농업을 끌어가는 상징적인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시농업공원 일부는 일반 시민에게 분양하고, 남은 공간에는 여러 농장을 만들어 어린이 농업 전시장으로 쓰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나머지 한강대교 동쪽 터는 아카시나무 등이 뒤엉킨 숲지대여서 그냥 두기로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해 11월 전문가들로 꾸릴 사업조정회의를 거쳐 서해뱃길 등 대규모 사업의 추진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올해 서울시 예산안에 한강예술섬 등 관련 예산을 반영하지 않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업조정회의에서 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할 때까지 터를 임시로 활용하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농사를 본격 짓기 시작하면 시민들의 반응을 고려할 때 이를 중단하고 한강예술섬 사업을 재추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 시장도 “불요불급한 예산은 되도록 감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한강예술섬 사업엔 토지매입비, 설계비 등 551억원이 사용됐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한강예술섬 조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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