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 골프장 ‘부실 환경평가’ 꼬리잡혔다

민관협의회 현장조사 결과 멸종위기종 누락 등 밝혀
전면 재조사 촉구…강원도 “하자 확인땐 사업 취소”

강원도지사 직속 골프장민관협의회가 홍천 구만리에 조성 중인 골프장의 환경영향평가서가 부실하게 작성됐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해 파장이 일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환경부는 환경영향평가서에 정부 관리를 받는 ‘자연생태조사업종’을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나섰다.

민간 전문가와 공무원들로 꾸려진 강원도골프장민관협의회(위원장 이영기)는 지난해 11월15일부터 50일간 홍천군 북방면 구만리 일대 골프장 공사장에서 식물·포유류·어류 등 3개 분야에 걸쳐 현장 조사를 했더니, 환경영향평가서와 야생 동·식물상 정밀조사보고서 등이 부실하게 작성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14일 밝혔다.

민관협의회의 조사 결과를 보면, 어류 분야 조사에서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 2급인 둑중개가 14개체나 발견됐다. 업체 보고서에는 ‘확인하지 못함’, ‘부지 밖에서 1개체 확인’ 등으로 기록돼 있다. 식물 분야에서도 업체는 현존 식생 유형이 14개라고 밝혔으나 민관협 조사에서는 37개로 파악됐으며, 녹지자연도의 등급도 4개 등급이 아닌 6개 등급으로 조사됐다.

특히 포유류는 업체에서 확인하지 못한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 2급인 쇠족제비가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하늘다람쥐와 삵은 업체의 보고서보다 출현빈도가 높았고 서식 지역도 광범위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영기 위원장은 “환경영향평가가 부실하다는 사실이 드러난 이상 전면적인 재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원도는 원주지방환경청에 재평가를 요구하고 중대한 하자가 발견될 경우 사업계획 자체를 직권 취소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성한 원주지방환경청장은 “강원도에서 재평가를 요구한 만큼 민관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확인해 재평가 요건에 해당하는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구만리 골프장 관계자는 “시기와 계절 등에 따라 평가 결과가 다를 수 있고, 일부 새로운 사실이 발견됐다고 하더라도 골프장 조성을 못할 정도의 중대한 하자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구만리 골프장은 1190억원을 들여 140만1469㎡에 27홀 규모로 조성할 계획으로 지난해 4월 착공했지만 지난해 6월 등 두차례 환경영향평가 협의 내용을 이행하지 않아 공사가 중단됐다.

한편 환경영향평가의 재평가는 환경영향평가 협의 당시 예측하지 못한 사정이 발생해 주변 환경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 환경부 장관이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나 전문기관에 요청할 수 있다.

박수혁, 서울/남종영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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