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복원 구간 5.8㎞엔 계단·경사로 등 접근로가 23곳 설치돼 있지만 간격이 너무 떨어져 있어 안전과 편리를 위해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천변도로 비좁고, 둔치로 가는 경사로도 부족
“산책로 걷다 도로로 쉽게 올라올수 없는 상황”
“산책로 걷다 도로로 쉽게 올라올수 없는 상황”
20일 가마솥더위 속에 청계천 푸른 물을 보고자 걸었다. 동행한 이들은 경제정의실천연합 도시개혁센터 이민규 간사와 11기 도시대학동우회 박순회(28), 조상욱(26), 조규만(26) 회원. 이들은 지난 4월부터 세차례의 현장답사를 통해 청계천 접근성과 보행환경을 조사해 왔다. 오후 2시30분 청계천 복원 시작점인 청계광장을 출발했다. 첫번째 다리 모전교 가까이엔 천변도로에서 개천 둔치로 내려갈 수 있는 계단과 휠체어를 위한 너비 1.5m의 경사로가 달려있다. 이민규 간사는 “장애인이동권연대 회원과 함께 답사를 했는데, 휠체어 이용자들은 한 대만 지나갈 수 있는 폭이라며 좀 더 넓힐 것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하천과 차량도로 사이에 있는 천변도로 역시 좁기는 마찬가지였다. 폭 1.5m의 보행로엔 이팝나무가 줄지어 심어져 있어 혼자 지나가기에도 비좁았다. 아직 공사가 한창인 광통교~세운교 구간은 천변도로에서 하천 둔치로 내려가는 접근로가 부족했다. 이곳엔 광교·삼일교·관수교·세운교에 계단을 설치하기로 예정돼있으나 하천 북단쪽에 몰려있어 남단에서 둔치로 내려가려면 다리를 건너서 빙 돌아야 했다. 또한 천변도로를 계속 걸어가려면 다리가 설치된 지점마다 반드시 건널목을 3개씩 통과해 ㄷ자 형태로 돌아가야 했다. 교통 흐름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다리를 가로지르는 건널목을 설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령 천변도로를 통해 세운교에서 배오개다리 방향으로 걸으려면 세운교에서 남북 방향 건널목을 지난 뒤 다시 동서방향으로 건너고, 또다시 남북방향 건널목을 지나야 한다. 청계천복원추진본부 관계자는 “어차피 천변도로는 안전통로 개념으로 만들어진 것이지 사람들이 많이 다니라고 만든 길은 아니기 때문에 청계천을 걷고 싶은 사람들은 개천 둔치로 내려가 3m의 산책로를 걸으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청계천 둔치 산책로로 내려가는 길 또한 까다로웠다. 배오개다리~오간수교 1km 구간 남단쪽엔 경사로·계단이 설치돼 있지 않아 20여분 동안 천변도로를 계속 걸어야 한다. 박순회씨는 “청계천 복원구간엔 23개의 접근로가 완공 또는 시공 중인데 실제 답사해 보면 접근로가 북단쪽은 평균 505m, 남단쪽은 610m로서 최대는 1km까지 떨어져 있기도 하고 800m를 넘는 구간도 5곳이나 된다”고 말했다. 또한 “접근로가 어디 있는지 잘 모르는 사람들은 폭이 좁은 천변도로를 수백미터 이상 걸어야 할 뿐더러 둔치 산책로를 걷다가 폭우 때문에 갑자기 물이 불어나면 도로로 쉽게 올라올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청계천복원추진본부쪽은 “청계천의 주된 기능이 본래 물을 흘려보내는 하천 기능이 중심이라서 설계 당시엔 접근로를 많이 만들지 않았다”며 “불편하고 위험하다는 목소리가 많은 만큼 재해대책 차원에서 경사로와 계단을 더 늘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유주현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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