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 연구기관 만들어
대책 만들겠다” 약속
대책 만들겠다” 약속
“제 자식입니다. 정말로 억울합니다. ”
지난 12일 서울지하철 5호선 왕십리역에서 스스로 목숨을 던진 서울도시철도 기관사 이재민(43)씨의 아버지(77)가 고개를 떨군 채 박원순 서울시장의 손을 꼭 쥐었다. 27일 오후 서울 성동구 용답동 도시철도공사 앞마당에 차려진 이씨의 분향소를 찾은 박 시장은 유족들에게 “장례도 못 치르고 있는 데 대해 사과드린다”며 “최선을 다해 고인의 명예를 지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씨가 숨진 지 15일이 지났지만 유족들은 “도시철도와 서울시가 책임있는 사과를 해야 한다”며 장례를 거부하고 있다.
숨진 이씨는 지난해부터 두 차례 공황장애를 호소하며 회사에 부서 변경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한 뒤 10여일 만에 이같은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2006년까지 11명의 도시철도 기관사가 공황장애로 산재 인정을 받았고, 2007년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이 도시철도 기관사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이들이 공황장애를 앓는 비율은 일반 성인남성보다 7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성모병원 쪽은 기관사 혼자 운행해야 하는 1인승무제를 질환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그럼에도 사고 이후 도시철도 쪽은 “유족들의 산재 신청을 돕고 추후 위로패 또는 감사패를 전달하려고 한다”고 하면서도 “고인의 사망 원인으로 지목되는 공황장애 사실은 회사에서 알지 못했고 공황장애의 원인은 업무보단 가정사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며 직접적인 사고 책임은 부인해 왔다.
이날 이씨의 아버지는 박 시장에게 “사무직으로 보내달라고 했을 때 보내줬으면 생명까진 잃지 않았을 텐데 직접 살인은 아니지만 간접 살인이 아니겠느냐”며 “앞으론 이런 일이 없도록 (기관사들의 업무 환경을) 개선해주길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박 시장은 “맞습니다”라고 계속 고개를 주억거리며 유족을 위로했다.
이어 박 시장은 “유가족들이 원하는 것을 가능한 한 빨리 최선을 다해 돕고, 서울지하철 기관사들은 시민의 안전까지 책임지는 만큼 이분들이 최적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일반적인 노사협의를 넘어서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제3의 연구기관을 만들어 기관사들이 최적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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