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인제군 ‘비데의 역설’
병영시설 현대화에 1인당 보급률 전국 으뜸
물 사용료는 원가의 55%…지자체 재정난 울상
병영시설 현대화에 1인당 보급률 전국 으뜸
물 사용료는 원가의 55%…지자체 재정난 울상
군부대의 비데 설치가 전방지역 시·군의 재정난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강원발전연구원이 5일 펴낸 ‘병영의 비데 그리고 접경지역의 재정’이란 정책 메모를 보면, 병영시설 현대화 사업에 따라 군부대에 비데가 본격적으로 설치된 2005년 강원도 인제군과 화천군의 하루 1인당 급수량은 2004년보다 각각 250%, 173% 늘었다. 최근 한 비데 제조업체가 내놓은 통계를 보면, 인구 대비 이 업체의 비데 제품 보급률은 화천군(53%)과 인제군(35%)이 전국 시·군·구 가운데 1, 2위로 서울 강남구(26%)보다도 높았다.
강원발전연구원의 한영한 부연구위원이 분석하기로는, 이들 군의 급수량이 급격하게 늘어난 시점과 비데가 본격적으로 설치된 시점이 거의 일치한다. 병영시설 현대화 사업으로 재래식 화장실을 수세식으로 바꾸고 비데를 설치하면서, 이들 군의 물 소비량도 급격히 늘었다는 것이다.
이런 물 소비량 증가와 지방자치단체 재정난은 무슨 관계일까? 상수도 사용량이 늘어날수록 지자체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강원도의 수도요금 체계 때문’이다. 강원지역은 상수도 생산원가가 1291원/㎥로 전국에서 가장 비싼데, 시·군이 징수하는 수도요금은 생산원가의 55.4%에 불과하다. 인구밀도가 낮아 수도관 매설비와 관리비도 많이 드는 고비용 구조인데, 이를 죄다 반영하면 수도요금은 전국 최고 수준이 된다. 2010년 철원군과 인제군이 2010년 군부대의 물 사용에 따라 부담한 손실보전 금액만 11억원에 이른다.
군막사 신축과 부대 이전에 따른 상수도시설 확충도 지자체에 부담을 더한다. 읍 지역은 지자체가 시설비의 100%를, 면 지역은 30%를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인제군은 2017년까지 군인아파트 신축에 따라 수도시설 확충에 359억원이 필요하지만, 정부는 ‘수도정비기본계획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지원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인제군 관계자는 “재정자립도가 23.6%에 불과한데, 올해만 수도시설 확충에 50억원을 써야 해 다른 사업에 차질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 부연구위원은 “국방은 대표적 공공서비스이므로, 병영시설 현대화 등에 따른 비용은 국가가 부담해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춘천/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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